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종원 경제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 신임 수석비서관들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전격 교체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성과가 미흡했던 민생과 일자리, 소득분배 등의 정책 집행에 속도감을 내겠다는 의미가 담긴 인사로 풀이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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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이 일자리수석에 정태호 현 정책기획비서관, 경제수석에 윤종원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를 임명했다”며 “사회혁신수석실을 시민사회수석실로 개편하고 이 자리에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서울) 양천을 위원장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지난 1년여 동안 방향을 잡고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번 개편을 통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소통하고 성과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음에도 일자리·경제수석을 모두 바꾼 것은 미진한 집행력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 우선과제로 뒀지만 경제지표는 외려 악화했다. 올해 1분기 가계소득 동향조사 결과에서 하위 1분위 명목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감소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는 7만2천명에 그쳐 2010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10.5%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과 31일 각각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와 재정전략회의를 직접 소집해 경제정책을 점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민생경제 지표 악화에 대한 비판 여론을 상당 부분 수용한 인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현 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는 유지하면서 속도감 있는 경제정책 집행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라인을 총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유임시키고,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문 대통령 지시로 신설하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2기를 맞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실행해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조를 변경한다기보다 정책에 속도를 내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개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수석은 정치권에서 정책통으로 인정받는 분이자 추진력이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를 실질적으로 준비해온 분으로서 현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더 힘을 싣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윤 수석에 대해서는 “거시경제와 실물경제에 높은 이해와 함께 현 정부의 철학과 정책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문 대통령의 측근인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정통 관료 출신인 윤종원 경제수석을 기용함으로써 관료사회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중도 담았다.
이날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면서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포함한 부분 개각이 언제 이뤄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임 실장은 “대통령이 (개각) 의견 수렴을 하고 있고, 국무총리 의견을 많이 들으려 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여권에선 농식품부를 비롯해 교육부·환경부·고용노동부 등이 개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 개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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