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 녹실에서 열린 소규모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을 위한 공동연구와 기술·인력 교류에 합의하는 등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합의 이행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경우를 대비해 우선 한-러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실현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쪽은) 한국-러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우호적인 여건이 확보되는 대로 나진-하산 철도 공동 활용을 포함해 다양한 철도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망(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과 남북 경협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한반도종단철도(부산~러시아 하산)가 연결되면, 유럽철도(모스크바~파리)로 이어지는 1만5000㎞의 유라시아 철도 연결이 이뤄진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2014~2015년 3차례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나진-하산 물류사업의 재개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협의해가기로 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 하산과 북한의 나진항, 동해항로를 연결하는 물류사업인데, 3차례 시범사업 이후 2016년 1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중단된 바 있다. 양국은 또 전력망과 가스관 연결의 경제적·기술적 사항 등에 대한 공동연구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고, 한-러 서비스·투자 분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채택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두 정상은 6·12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회담의 합의사항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회담 머리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완전하고 신속하게 실천될 수 있게 러시아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항상 한반도 정상 간 대화를 지지해왔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세번째인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한국 답방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도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한 바 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