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예정인 개헌안 헌법전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 수석 왼쪽은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 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할 예정인 대통령 개헌안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새로 담은 것은 촛불집회를 통해 확인된 국민의 직접민주주의 의지를 제도화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 지지가 높은 두 제도를 헌법에 넣어 여론으로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의중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국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국민들은 국민주권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준 바 있다”며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신설한 취지를 설명했다.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는 국회의원을 임기 도중에 투표를 거쳐 파면시키는 제도다.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헌법이나 법률 개정안 등을 발의할 수 있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대의기관인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민이 직접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직접민주주의 성격이 강하다. 국민소환제는 헌법에 명시된 적이 없다. 국민발안제는 1954년 5차 개헌 때 헌법에 대한 국민발안제만 채택됐지만 1972년 7차 개헌에서 폐지됐다.
청와대가 개헌안 통과의 열쇠를 쥔 국회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두 제도를 포함시킨 것은 국민들의 누적된 국회불신 해소와 주권자 권리 확대를 함께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6~17일 전국 성인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국회의원 소환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91%에 이르렀다. 조 수석은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은 600만명의 국민이 입법 청원에 참여했지만 입법 발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두 규정을 신설했다. 직접민주주의를 대폭 확대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로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두 제도를 개헌안에 담아 여론이 국회를 개헌으로 떠미는 효과도 염두에 둔 듯하다. 여당이 개헌 가능 의석(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기댈 곳은 명분과 여론의 지지밖에 없다. 개헌안을 반대할 경우 국회는 국민소환제에 반대하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국민소환제는 17대 국회부터 현재의 20대 국회까지 모두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국민소환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해둔 상태다.
청와대는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의 구체적인 요건에 관해서는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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