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을 만나거나 만날 예정이다.
당 서열 1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4일 정상회담을 한 문 대통령은 전날 숙소인 베이징 조어대에서 장가오리 상무부총리를 만났다. 장 상무부총리는 시 주석의 국책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중국 중심의 경제 벨트) 사업을 총괄하는 중국 경제 실무 핵심 인사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당 서열 7위다. 장 상무부총리는 회동 뒤 이어진 한-중 비즈니스 포럼 인사말에서 “한국 쪽과 함께 일대일로가 가져오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격려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경제 실무 분야를 총괄하는 장 상무부총리가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관례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사흘째인 15일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 3위인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도 잇달아 면담한다. 리 총리와의 만남은 지난달 13일 필리핀 마닐라 회동 이후 한 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드 문제 탓에 어려움을 겪은 한국 기업의 사례를 열거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애로가 해소되고 양국 간 경제·문화·관광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장더장 상무위원장은 중국 정치권의 대표적인 ‘조선통’으로 꼽힌다. 연변대 조선어학과를 졸업하고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과에서 유학했다. 과거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방북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수행하며 통역을 맡았던 인물이다. 청와대 쪽은 문 대통령이 장 상무위원장에게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이바지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날인 16일엔 중국의 유력 차기 주자이자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한다. 천 서기는 10월 19차 당대회에서 25명의 중앙정치국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2002~2007)로 근무할 때 선전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저장일보>에 실린 시 주석의 칼럼 ‘지강신어’(즈장신위) 초고를 4년 동안 담당할 정도로 의중을 잘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10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은퇴 연령이 넘은 5명을 교체했다. 신임 상무위원들의 대외활동이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권력교체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대부분의 현직 지도부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중국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4명의 상무위원과 차기 주자까지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국이 그만큼 문 대통령의 방중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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