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던 시각, 두 나라 정상 부인들은 우리의 오페라극장에 해당하는 인민대회당 근처 국가대극원을 둘러보며 문화를 매개로 ‘퍼스트 레이디’ 외교를 벌였다. 원래는 차담회가 예정돼 있었으나 펑리위안 여사의 제안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김 여사는 펑 여사의 안내로 국가대극원을 둘러봤고 대극원 합창단의 노래를 감상하며 음악적 공감대를 이뤘다고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시 주석 부인 펑 여사는 ‘음악’에 공통점이 있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 출신으로 문 대통령이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기 전까지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문 대통령의 독일 방문 때는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묘지에 동백나무를 심으며 “저도 음악을 전공해 윤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방중 첫날인 13일엔 중국의 전통악기인 얼후를 연주하면서 “두 나라가 어울려 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펑 여사 역시 중국에서 국민가수라 불릴 만큼 유명한 가수 출신이다. 펑 여사는 1980년 예술 사병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82년 ‘희망의 들판에서’라는 노래를 불러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시 주석이 국가 지도자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 중국에서는 펑 여사의 유명세가 훨씬 높았다고 한다. 펑 여사는 중국 전통성악을 전공해 1990년 석사학위를 받았고, 중국군 소장으로 가무단장과 예술학원 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2014년 7월 시 주석 방한 때는 만찬장에서 펑 여사의 ‘희망의 들판에서’가 민간 합창단에 의해 불리기도 했다. 펑 여사는 유네스코 여성, 아동교육 특사를 맡고, 에이즈 결핵 예방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과거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런 펑 여사를 두고 “중국이 그동안 부족했던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김 여사는 이날 오전 베이징 한메이린 예술관을 방문해 한메이린 작가 부부와 다시 만났다.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한메이린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디자인을 총괄한 유명 예술가다. 이 자리에는 중국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도 함께했다. 김 여사는 8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중국 미술 거장 치바이스 전시회 때 한메이린과 만나 작품집을 선물받았다. 한메이린은 자신의 작품이 그려진 스카프를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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