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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잠수함 보유론’ 논란…수조원 들여도 실효성 의문

등록 2017-09-20 21:13수정 2017-09-21 14:49

청 ‘한-미 합의’ 부인하지만…
한-미 정상 통화서 한 차례 언급
청 “방어능력 향상 필요성에 공감”
외교·안보라인 물밑 논의 가능성

북 잠수함 무력화 할까
북 SLBM 대응할 전략자산 검토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때 거론
북 영해 접근 않으면 실효성 없어

난관 많아 실제 도입 미지수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정면 배치
농축우라늄 미 허용 없인 불가능
천문학적 비용에 보유국 6개국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급 대화'를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급 대화'를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 보유 문제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군의 자체 방어능력 증강과 대북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핵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한-미가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공감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15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데다, 핵추진잠수함이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위협을 무력화시킬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스럽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위배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핵추진잠수함 보유론 솔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 언론이 보도한 한-미 핵추진잠수함 보유 합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며 지금까지 양국 간에 어떠한 형태의 합의도 이뤄진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일보>가 한·미 양국이 핵추진잠수함의 한국 도입을 긴밀히 논의했고,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이 끝나고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데 대한 반박성 해명이다. 청와대가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다양한 외교·안보라인을 통해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실무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7일,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군의 독자적 전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서 핵추진잠수함을 한차례 언급한데다, 지난 17일 통화에서도 “첨단 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첨단 무기’가 바로 핵추진잠수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한국군의 전략방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게 핵추진잠수함이라는 건 내부적으로 이미 합의됐으며 어떤 이견이 없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북 잠수함 무력화에 의문 청와대 관계자들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의 명분은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다. 북한은 지난해 8월 고래급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KN-11) 발사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미사일 발사관 1~2기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잠수함이 남한의 후방 해역으로 몰래 이동한 뒤 북극성을 발사하면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핵추진잠수함은 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됐다. 미리 길목에 잠항능력이 우수한 핵잠수함을 배치해 북한의 고래급 잠수함이 작전에 나설 경우 추적하다가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을 보이면 공격해 격침시키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에 대해선 “잠수함으로 잠수함을 막기 쉽지 않다”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북한 영해를 침범할 만큼 근접하지 않고선 북한 잠수함을 감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핵추진잠수함을 들여오려면 정비-작전-대기용으로 3척(1척에 최소한 1조5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므로, 수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비용만큼 효과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 위배 기술적·경제적 측면 말고도 다른 난관도 많다. 우선 1991년 12월 남과 북 사이에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2조는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자 근거이기 때문에 저버릴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2015년 4월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도 걸림돌이다. 핵추진잠수함엔 원자로 연료용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협정 11조는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있지만, 한-미 간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뿐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한국에 핵추진잠수함을 허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갖게 된다면 일본 등 주변국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해군이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을 추진했으나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자 포기했다. 이정애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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