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청와대 오픈하우스’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여민관 집무실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 캐비닛이 그 캐비닛이냐.” ‘청와대 캐비닛’을 본 기자들은 “이렇게 많으니 놓쳤을 법도 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7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100일을 맞아 오후 본관과 여민관 등을 공개하는 ‘오픈하우스’ 행사를 열었다. 여민관 3층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부터 수석들의 사무실 곳곳, 그리고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커피를 들고 거니는 녹지원 산책길도 개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진행된 청와대 ‘오픈하우스 행사’에서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을 찾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집무실에서 일하던 문 대통령은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있다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기념촬영을 하자고 하자 신발을 바꿔신고 있다. 청와대 제공
기자들의 첫번째 관심은 이번 정부 들어 여민1관 3층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로 쏠렸다. 책상에는 외교·경제 분야를 다룬 여러 권의 책과 서류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고, 옆의 테이블에는 10여종의 신문이 나란히 정리돼 있었다. 기자들을 맞는 대통령은 책상에서 막 일어선 듯 업무용 슬리퍼를 신은 채였다. 문 대통령은 전속 사진사가 기념촬영을 하겠다고 하자, 구두 주걱을 찾아 신부터 바꿔신었다. 집무실 바로 곁엔 참모들과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7일 오픈하우스 행사에서 경내를 둘러보는 출입기자들. 청와대 제공
여민1관 2층에는 임종석 비서실장, 1층에는 전병헌 정무수석의 사무실이 각각 있어 언제든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 각 수석들은 아침마다 비서실장 주재 하에 회의를 하고, 문 대통령도 대면보고를 받는다. 이 건물 창가에서는 밖을 내다보면 녹지원이 보인다. 이날 여민관과 녹지원 사잇길로 걸어오는 길, 창가에 서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보였다. 문 대통령도 3층 집무실에서 녹지원을 구경하는 관람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널리 퍼진 적 있다.
전병헌 정무수석이 청와대 ‘오픈하우스’ 행사에 참가한 기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각 수석실과 비서관실은 여민2관과 여민3관에 흩어져 있고, 업무 연관성에 따라 배치했다. 2004년 새로 지은 여민1관 외에 다른 두 건물은 꽤 낡았다. 일부 인원이 늘어난 사무실은 다소 비좁은 감도 있다. 어른 가슴~허리께 오는 크기의 규격화한 캐비닛들이 공간을 나누는 칸막이와 등을 대고 있다. 일반 캐비닛과 책상 외엔, 예전 정부 때부터 쓰던 집기들이 섞여 있다. 예를 들어 조국 민정수석실엔 일반 직원들과 달리 유리문까지 달린 큼지막한 캐비닛을 두 개 놓아뒀지만, 모양과 색깔마저 딴판이다. 비서관들의 책상도 제각각이다. 이명박 정부 때 문건 한 장이 책상 서랍장 뒤로 넘어갔다가 발견되었다는 책상은 그랜드피아노보다도 거대한 ㄱ자 나무 책상이었다.
기자들이 올 것을 대비해선지 사무실 책상 위는 비교적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편이었다. 한 여성 직원의 책상 벽 앞엔 조그맣게 오려낸 ‘이니’ 사진이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지방분권을 다루는 균형발전실에선 이곳저곳의 사투리가 들려왔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슬쩍 금리 인상 기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능숙하게 피해갔다. 경제수석실은 열띤 회의중이었다. 회의실은 곳곳에 있다. 단, 국가안보실은 비공개다. 경내 개방행사를 마치고,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호프타임’엔 그동안 춘추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여러 비서관들이 등장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건배사는 “‘임하용’(임종석·장하성·정의용)을 위하여”였다.
17일 청와대 오픈하우스 행사에 참석한 출입기자단이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에 마련된 대통령의 서재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공식 행사 때 사용하는 본관 집무실은 문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여민관 집무실의 두배 크기였다. 이곳 대통령의 책상 바로 곁에 서재를 마련하고 국민들로부터 추천받은 책들을 책장에 꽂아놓았다. 추천한 국민들의 이름까지 책갈피에 씌어 있다. 플라톤이나 한비자 같은 동서양 고전부터 벤 버냉키의 책, 여행서와 만화책 등 다양하다. 세월호 관련 서적과 여성학 서적도 눈에 띄었다. ‘대통령의 서재’는 국민인수위원회가 5월25일부터 7월12일까지 온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 ‘광화문 1번가’를 통해 진행한 국민참여 프로그램이다. 국민인수위는 국민들이 대통령과 함께 읽고 싶은 책과, 국정운영에 참고할 만한 책의 내용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추천받았고, 총 580여권을 뽑아 문 대통령의 본관 집무실에 비치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