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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강경대응만으론 ‘한반도 운전석’ 흔들… ‘대포동 사례’ 배워야

등록 2017-08-01 21:33수정 2017-08-01 23:23

전문가들, 창의적 발상 제안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화상상봉실이 텅 빈 가운데 과거 이산가족 상봉모습 영상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화상상봉실이 텅 빈 가운데 과거 이산가족 상봉모습 영상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일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논의하자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적십자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던 날짜였다. 하지만 북한에선 이날까지도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지난 27일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무시하고 다음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에 나선 북한이기에 이날의 무반응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며 공개적으로 발언 수위를 높이는 미국 쪽에선 한반도 문제를 놓고 ‘미-중 빅딜설’마저 나오고,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북한은 ‘통미봉남’의 태도로 외면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운전석에 앉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초반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1998년 대포동1호 발사로 북미 대치
DJ, 금강산 관광으로 위기 해소

“미사일 제재수위 높이면
문 대통령 입지 좁아질수도
미사일-남북관계 분리 검토 나서길”

청와대는 대답 없는 북한을 바라보며 기약 없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베를린 구상이 나온 지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며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일관성을 갖고 북한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풀 길은 그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운전사론’은 남한과 북한이 일정한 관계의 틀을 유지해나감으로써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도발 등으로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북-미 관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남북관계를 압도하는 일이 되풀이됐지만, 남한 정부는 북한에 파격적인 제안을 던지고 미국을 최대한 설득함으로써 ‘한반도의 운전석’ 지위를 되찾은 전례가 있다.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와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등이 제기되며 미국이 북한 영변의 핵 시설에 대한 폭격까지 검토했던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선을 출항시키며 2000년 6·15 공동선언의 초석을 닦았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에서 달라진 북한 상황이나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가 과연 탄력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직 관료 출신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비핵화평화체제와 남북화해교류 두 축으로 한반도 문제를 끌고 간다는 큰 틀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정책들이 과거의 방식을 관성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남북 군사회담과 남북 적십자회담, 평창겨울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등을 제안했는데 북한이 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와 배경 등을 면밀히 검토해 창의적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특히 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 수위에 따라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이미 ‘상수’가 된 지 오래인데,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강경 대응을 하는 식으로 단순 대응에만 나서면 남북관계를 미사일 개발 문제의 종속변수로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남북관계를 연계할 것인지 분리할 것인지, 분리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할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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