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첫날인 30일 오후 강원도 평창을 방문해 겨울올림픽 시설물인 스키점프대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왼쪽부터)과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함께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취임 뒤 첫 ‘여름휴가’를 떠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취소될 뻔했으나, 문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쉼표 있는 삶’을 공약하고 독려한 점 등을 고려해 애초 출발보다 하루 늦췄을 뿐 휴가는 그대로 ‘감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10시 반 청와대를 떠난 문 대통령은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200여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대통령의 휴양지’라는 홍보 효과도 노린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이 국내외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평창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역대 정권에서는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대통령의 휴가지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문 대통령은 평창 알펜시아에서 하룻밤 묵은 뒤 31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 안 대통령 별장에서 남은 휴가 기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사님과 두 분만 동행하시게 되고, 조용하게 산책하고 쉬는 시간을 가지실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를린 구상’이 북의 미사일 도발이라는 장벽에 부닥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원래 목표로 했던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편안한 휴가’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군 휴양시설로 휴가지를 잡은 이유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긴급한 상황을 신속히 보고받고 화상회의 등으로 군통수권자로서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휴가를 떠남으로써 우리 군 대응 체계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들의 불안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국민적 우려를 높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취임 첫해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던 사례는 1998년 외환위기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문 대통령이 떠난 청와대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남아 현안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며, 정의용 안보실장이 군 비상대비 체제를 지휘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도 31일부터 번갈아 휴가에 들어간다. 31일부터 8월4일까지 휴가를 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택에 머물면서 문자·메신저 등을 이용해 사실상 ‘재택근무’를 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원내대표 취임 뒤 원내 협상으로 24시간 긴장을 놓지 못했던 우원식 원내대표도 8월3일부터 4일간 휴가를 떠난다. 우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주 오랜만에 가족과 하루라도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유경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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