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기업인들과 ‘칵테일 타임’을 함께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 부회장, 에스케이(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지에스(GS) 허창수 회장,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 케이티(KT) 황창규 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덕담’ 수준의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가던 첫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8일 청와대에서 이틀째 열린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고 절박감을 토로하며 “새 정부의 경제철학을 기업인들이 공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협력해줄 것을 설득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날 기업인 간담회에는 주선자 자격으로 전날에 이어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지에스(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케이티(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재계 자산순위 1위부터 15위 중 농협을 뺀 홀수 순위의 ‘실세 기업’들이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수감 중인 삼성을 비롯해 에스케이와 롯데, 케이티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직간접으로 연루돼 현재 재판 중이거나 의혹을 사고 있는 ‘문제적 기업’이 다수 참여해 특별히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이 자리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언급은 “지나가는 말로도 나오지 않았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도리어 본격적인 대화를 앞두고 열린 호프 타임 때, 문 대통령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항상 삼성이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줘서 아주 감사드린다”고 추어올리기도 했다.
비 때문에 전날 상춘재 앞뜰에서 본관 로비로 옮겨져 열린 20분간의 호프 타임과 바로 이어진 비공개 자리까지 간담회는 모두 130분 동안 진행됐다. 전날보다 30분가량 시간이 짧아졌다. “그래도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 방안 본질에만 충실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O) 정상회의에 가보니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와 경제기구의 한결같은 고민이고 화두다. 우리만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 흐름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만난 기업인들에게도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고 하지만, 전날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던 청와대는 이날은 모두발언을 자세히 소개하며 재계에 보내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사회적 경제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할 만큼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했으나 법안이 제대로 심사되지 못해 아쉬웠던 경험 등을 전하며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관계법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 기업의 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한편, 전날 호프 타임 시작 때 ‘건강하시라’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쳤던 문 대통령은 이날 “(오늘은) 달리 건배사가 없다. 다들 건강하시고 사업 잘 되시길 바랍니다”라고만 했다. 대신, 호프 타임이 끝날 무렵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건배사 제가 할까요”라고 나서 “첫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하여, 두번째는 화합과 소통을 위하여, 세번째는 새 정부와 대한민국 경제의 만사형통을 위해서, 3통을 위하여라고 해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이정애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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