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장인 메세홀에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UN사무총장과 양자회담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북한 영유아 영양실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회원국들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지20 정상회의 3세션 발언에서 “한국은 북한의 영유아 영양실조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안에서 체계적이고 엄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지원이 이뤄지도록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와 협력하고자 한다”며 지20 회원국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2017년 유엔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전체 인구의 41%, 특히 5세 미만 아동의 28%가 영양실조 상태”라는 점을 거론하며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최근의 핵·미사일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식량·의약품 지원을 인도적 차원에서 재개하겠다는 것으로, 지원 물품이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게 국제기구나 민간단체에 운송·전달 과정 전반을 맡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강화하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막지 않는다’고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양국 정상은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제재 조치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고 공동선언에 명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인도적 지원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복원한 남북 간 대화 통로를 정치·군사적 협상 채널로 발전시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마중물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의료 취약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대응기금’에 적극 기여할 예정”이라며 “의료 취약국인 개발도상국을 위해서도 2020년까지 13개국에 총 1억달러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분단과 전쟁으로 대량 난민사태를 겪었던 경험과 연대감을 바탕으로 전세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 대한 충실한 이행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유엔에 제출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며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친환경·저탄소 에너지로 대체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함부르크/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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