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직 주미대사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는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26일에도 별도의 외부 일정 없이 방미 준비에 공을 들였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논의 여부, 경제 협력 확대 등 현안을 전반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두 정상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미국 <시비에스>(CBS)와의 인터뷰에서 제시한 ‘북핵 동결→비핵화’라는 ‘북핵 2단계 해법’에 대해 두 정상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북한에 소극적 압박을 가하며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문 대통령은 ‘대화’에, 미국 행정부는 ‘비핵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논의 여부도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협정에 대해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청와대는 최대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는 회담의 주된 의제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직 주미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성과 도출에 연연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의와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한-미 동맹 강화 기반을 탄탄히 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드의 신속한 배치를 희망하는 미국의 요구에 당장 답을 줄 수 없는 만큼, 사드 문제를 첫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리 정부의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향후 5년간 정상 간 수시 통화, 상호 방문, 다자회동 등을 통해 긴밀한 협의체제가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사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오는 28일(현지시각) 오후 워싱턴디시에 도착해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방미 일정에 나선다. 미군은 1950년 11~12월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킴으로써 피난민 9만여명이 흥남부두를 통해 철수하는 데 기여했으며, 문 대통령의 부모도 ‘흥남 철수’ 피난민의 일부였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정의용 실장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 가족사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미 양국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연설하고 만찬을 함께 한다. 또 29일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미국 정계인사들과 만난 뒤, 같은 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초청으로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백악관을 방문해 환영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 30일 오전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한 뒤,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 언론발표를 할 예정이다. 공동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어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예정돼 있지 않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고, 7월1일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최혜정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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