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대화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한-미 관계 도움 안돼” 자제 요청
“사전 조율 없었다” 재확인
엇박자 비칠까 서둘러 ‘진화’ 나서
트럼프 ‘사드 지연 격노’ 보도엔
청 “이미 충분히 소명된 사안”
“사전 조율 없었다” 재확인
엇박자 비칠까 서둘러 ‘진화’ 나서
트럼프 ‘사드 지연 격노’ 보도엔
청 “이미 충분히 소명된 사안”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에 대해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19일 “한-미 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자제’를 요구했다. 전날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학자로서 개인 의견일 뿐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선을 그은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실상의 ‘공개 경고’를 한 셈이다. 미국 방문 중에 나온 문 특보의 발언이 오는 29~30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워싱턴 정가에 파장을 일으키자, 한층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책임질 만한 인사가 오늘 문 특보에게 연락했다. (최근의 발언이) 한-미관계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엄중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발언 맥락상 문 특보에게 청와대 뜻을 전달한 인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문 특보의 미국 방문 과정에서 청와대와 사전 조율은 분명하게 없었다”며 “문 특보가 방미 전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나 본인 이야기를 했지만, 정 실장은 ‘개인 아이디어 차원’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문 특보와 정 실장의 만남에 대해선 “처음 만나 인사도 할 겸 만들어진 자리였지, 미국에 가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조율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청와대가 이처럼 직설적 표현을 동원해 문 특보 발언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논란 이후 한-미 간에 형성된 이상기류를 조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정부 출범 뒤 첫 정상회담이 두 나라의 ‘엇박자’만 노출하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 핵·미사일 활동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한 문 특보의 발언이 ‘핵실험 유예’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의 맞교환으로 곡해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청와대의 경계심을 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쌍중단' 주장과 비슷하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조언그룹에 참여해온 한 핵심 인사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게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카드를 내놓을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문 특보의 발언이 지금 시점에 미국에 가서 할 얘기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회의 도중 한국 내 사드 배치 지연과 관련해 ‘그게 무슨 말이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충분히 소명이 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언론이 (청와대의) 사드 관련 브리핑의 일부만 보고 마치 우리가 (사드 배치를) 보류하는 것처럼 보도해 미국 쪽에서 반응이 언짢았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그 뒤에 여러 라인을 통해 설명을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해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이슈문재인 정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