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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강경화 임명 강행 뜻…“야당 압박 수용 어렵다”

등록 2017-06-15 11:06수정 2017-06-15 15:35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
“장관 임명은 대통령 권한…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한-미 정상회담 보름 앞 외교장관 공석 감당 안돼”
야당엔 “협치 노력 허망한 일 만들어” 서운함 토로
17일까지 국회 재송부 요청…채택거부시 18일 임명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고, 이어서 G20 정상회의와 주요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 임명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을 믿고 임명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장관 임명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구속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감사원장 등의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과거에는 인사청문 절차 자체가 없었던 것인데, 참여정부 때 검증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청문절차를 마련한 것”이라며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고 본분일 수 있지만,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청문절차는 “대통령이 국민의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의 의미일 뿐, 보고서 채택 여부가 임명권 행사의 변수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강 후보자의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은 지난 14일이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17일까지 국회에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했다”며 “오전중 정무수석이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한 뒤 수석·보좌관회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국회가 17일까지 채택을 거부하면 강 후보자를 임명할 예정이며, 임명은 18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야당을 향해 서운한 감정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야당이 강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고 하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강 후보자에 대한 굳은 신뢰감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는 당차고 멋있는 여성으로,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글로벌한 인물”이라며 “우리도 글로벌한 외교부장관을 가질 때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역대 외교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외교 전문가들이 적임자라고 지지하고, 국민들도 지지가 훨씬 높다”고 했다.

아래는 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모두 발언 전문이다.

오늘은 제가 조금 뭐 몇 마디 먼저 말씀 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사시스템과 인사검증 매뉴얼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속히 정부를 구성하는데 온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도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정부 인사에 관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반드시 존중해야 합니다.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인사 청문 절차 자체가 없었던 것인데, 참여정부 때 검증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청문 절차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래서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입니다. 야당의 본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경화 후보자는 제가 보기에 당차고 멋있는 여성입니다.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인물입니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글로벌한 인물입니다. 우리도 글로벌한 외교부장관을 가질 때 되지 않았습니까.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데 한국에서 자격이 없다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반기문 前 유엔 사무총장과 역대 외교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이 그가 이 시기 대한민국의 외교부장관으로 적임자라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국민들도 지지가 훨씬 높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고, 이어서 G20 정상회의와 주요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외교부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외교적인 비상상황 속에서 야당의 대승적인 협력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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