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5일 최근 가계빚·집값 급등에 대한 긴급 대책으로 오는 7월말 종료되는 엘티브이(LTV·주택담보인정비율)·디티아이(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를 연장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규제를 ‘환원’시키는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나왔으나, 관련 부처에선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상세한 보고를 받았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특별히 부동산, 집값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충분히 그 이상성과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뒤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동향에 대해 상세한 보고뿐 아니라 당연히 대책도 보고받았다”며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가 올 8월부터 3년 전으로 환원되는 것은 시장에서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장관 지명 이후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가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를 완화한 데 대해서 비판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4년 7월 행정지도를 통해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를 완화했고, 그동안 이를 1년 단위로 연장해왔다. 정부가 오는 7월말 이를 연장하지 않으면 규제는 다시 원상회복된다.
이날 회의에선 7월말보다 앞당겨 규제를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관계자는 “규제 환원 시점을 앞당기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그러나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고, 시기·방법 등 여러가지 고려할 게 많다는 반론이 나왔다. 해당 부처에선 굳이 규제 강화 시점을 앞당기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규제 완화 문제는 시장에 관한 시그널(신호)과 그 영향이 민감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게 되면 한꺼번에 말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규제에 좀더 고삐를 죌 뜻을 분명히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 환원과 관련해 “이른 시일 내에 행정지도 방향을 결정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에 대비해 금감원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면밀히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진 원장은 또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시장 동향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안정조치 등을 강구할 계획”이라며 서울·수도권과 달리 경북·충남·울산 등 일부 지역은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역별로 규제·지원의 수준을 달리하는 탄력적·맞춤형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유경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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