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입’ 역할을 했던 박수현 전 의원이 16일 청와대 대변인으로 공식 임명을 받았다. ‘탕평 인사’를 통한 통합 의지를 거듭 보여준 인사로 평가된다.
박수현 대변인은 16일 청와대에서 기자들 앞에 나서 “좋은 대변인의 역할은 말을 잘 하는 것보다, 말을 잘 듣는 것이라고 여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청와대 말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게 아니라, 여야 모든 정당의 대변인 말을 국민의 말이라 여기고 꼼꼼히 경청하겠다. 기자들의 전화는 국민 질문이라 생각하고 항상 응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964년생으로 충남 공주가 고향인 박수현 신임 청와대 대변인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공주 지역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여권 성향이 강했던 충청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박종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승리하며 눈길을 모았다. 온화하고 심지 굳은 성품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며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언론과 소통에 뛰어난 점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9대 국회에서 초선의원으로 2013년 11월부터 6개월간 당 대변인 직을 맡았다. 원내대변인도 2차례 지낸 경험이 있다. 19대 의원 시절 기자들이 선정한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을 2년 연속 수상(대변인상, 품격언어상)했고, ‘백봉신사상’을 한 차례 받았을 정도로 ‘신사’다운 화법으로 유명하다. 20대 총선에도 당의 공천을 받았으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밀려 석패했다. 당시 선거구가 19대와 달리 공주 외에 부여·청양까지 합쳐진 것이 패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는 동갑내기 ‘절친’이다. 입법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 실무 경험을 쌓다 2010년 충남도지사에 도전하던 안희정 당시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도지사가 된 뒤엔 관사에서 자주 막걸리를 마시는 사이였다. 서로 사석에서는 ‘사랑하는 친구’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난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 때도 안희정 캠프 대변인으로 뛰었다. 대선 후보 확정 뒤에는 민주당 선대위에서 공보단 대변인을 지냈다. 이번 청와대 대변인 인선 때도 “어떤 직을 찍은 것은 아니나, 안희정 지사의 (청와대 발탁)추천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언론과의 소통을 높이 사 대변인직에 발탁한 것 같다”고 스스로 밝혔다. 다만 “청와대로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전화를 했는데 (안 지사가)받지 않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안희정계’를 자처하면서도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넓은 확장성은 박 대변인의 또다른 장점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성품과 인성이 훌륭한 사람”(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 “굉장히 점잖으실 뿐 아니라 역량도 있다”(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는 평을 들었다.
19대 의원 임기 당시 4년간 충남 공주와 국회를 고속버스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고갔던 점도 화제가 됐다. 박수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고속버스’가 뜬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출근한 이날도 대중교통에서 박 대변인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첫 대변인으로 무리 없이 어울린다는 평가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신임대변인을 소개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권은 물론 언론인들로 부터도 신망이 높은 박수현 신임 대변인의 임명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국정운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4년 충남 공주 △공주사대부고 △서울대 서양사학과 중퇴, 방송통신대 행정학사, 연세대 행정학 석사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전략홍보본부장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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