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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4당 대표 만나 ‘동반자’ 강조…“공통 정책 빨리 입법하자”

등록 2017-05-10 22:27수정 2017-05-10 22:38

야당과 소통 행보
한국당 먼저 찾아 “안보 협력”
국민의당엔 “한뿌리” 강조해
바른정당엔 “보수에 희망 줘”
정의당엔 “함께 동지적 자세”
문재인 대통령(왼쪽 둘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둘째)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 둘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둘째)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날 행보는 여의도를 찾아가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 4당 지도부를 만나는 것이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 첫날 주요 야당을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와 협력·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조속한 국정안정과 개혁과제 추진을 위해 야 4당 대표 모두에게 “선거 기간 5당이 내놓은 공약 가운데 공통되는 정책은 빨리 입법하자”고 제안하는 등 첫날부터 협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가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났다. 선거 기간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집중 공격했던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되셨으니 불안한 안보관을 다 해소해 주시고, 한-미 관계나 대북관계에 대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남북관계, 안보, 한-미 동맹 등 사안을 자유한국당이 조금 협력해 주신다면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안보 관련 중요 사안들을 야당과 정보 공유하면서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협력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 소통·대화하며 국정의 동반자라는 자세로 임하겠다. 오늘 제가 야당 당사를 방문한 것도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방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임기 내내 소통하는 자세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 할 때보다 저희가 더 강한 야당이 될지도 모른다”고 ‘가시’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박지원 대표를 만나 인사하며 활짝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박지원 대표를 만나 인사하며 활짝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국회로 옮겨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지도부를 차례로 만나 “야당과 5년 내내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 “정권교체 이후 대한민국이 갈 방향에 대해 국민의당과 기본 목표가 같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가 같은 정당이기에 특별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거 기간에 ‘아침마다 문재인을 비판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문모닝’이란 말을 빗대 “오늘 아침은 굿모닝으로 시작한다”며 “10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 의거해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에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협력에 방점을 두고, 야당이기 때문에 견제할 것은 견제하면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 바른정당 대표실을 찾아 주호영 대표 대행(오른쪽 둘째) 등 당 지도부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양석 원내수석, 김세연 사무총장, 문 대통령, 주호영 대표 대행, 이종구 정책위의장. 국회사진기자단 2017년5월10일 국민일보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 바른정당 대표실을 찾아 주호영 대표 대행(오른쪽 둘째) 등 당 지도부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양석 원내수석, 김세연 사무총장, 문 대통령, 주호영 대표 대행, 이종구 정책위의장. 국회사진기자단 2017년5월10일 국민일보 최종학 선임기자
문 대통령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서는 “바른정당이 보수에 희망을 줬다”고 추어올렸다. 유승민 후보에 대해서도 “보수가 나갈 길을 잘 제시해주셨다”고 평했다. 보수정당이지만 사회·경제 분야 일부에서는 진보적 색채를 보이는 바른정당의 협력을 얻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국회에서 가동 중인 개헌특위가 계획대로 잘 추진되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국회와의 소통을 위해 정부조직에 정무장관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동석한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기운을 너무 세게 하면 (경제가) 잘 안 돌아간다”며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강화 정책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을 찾아 노회찬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을 찾아 노회찬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통합정부의 또 다른 파트너가 될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와 만나서는 “작은 정당이지만 정의당이 제시하는 가치들이 우리 정치에 많은 영감을 줬다. 동지적인 자세로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혁신을 문 대통령께서도 5년 전 대선에서도 강조했고 국민들께 약속한 바가 있기 때문에 빈틈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저희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 정치인과도 소주 한잔 하는 대통령을 국민들이 보고 싶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당 지도부 방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세균 의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양승태 대법원장,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5부 요인과 상견례를 했다. 정세균 의장이 야 4당을 순회한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사이다’ 같은 행보를 해주셨다. 국민이 기대하는 협치에 부응해주신 것 같다”고 덕담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국정 공백으로 국민들 사기가 죽어 있다. 대통령께서 기가 살아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길 부탁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국민들 상처가 깊은데 위로하고 치유하는, 요즘 말로 ‘힐링’하는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경미 윤형중 송경화 김태규 이정애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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