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갈무리
심사주기 7년→5년으로 단축
품위 손상 땐 퇴직명령 길터
품위 손상 땐 퇴직명령 길터
과거사 재심에서 ‘무죄 구형’을 했던 임은정(41) 의정부지검 검사가 최근 심층적격심사 대상자에 올라 ‘찍어내기’ 논란(<한겨레> 3일치 8면)이 이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중인 검사 적격심사 강화 법안에 대한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고 검찰 내부의 소신 행동을 더욱 억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회부되어 있는 검찰청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7년마다 실시하는 검사 적격심사는 검사 임명 뒤 2년이 됐을 때 한차례, 이후 5년마다 실시로 바뀌게 된다. 개정안은 또 검사에게 퇴직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유를 △검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구체화했다. 이전엔 사유가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검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만 되어 있었다. 직무수행 능력에 큰 문제가 없지만 상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검사도 ‘품위를 손상’한다는 이유로 퇴출 대상으로 삼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평생검사제를 도입하며 이에 안주해 심각한 업무태만을 하는 검사를 퇴출시킨다는 취지로 2004년 검사 적격심사를 도입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올해 2월 퇴직당한 박아무개 부부장검사(현재 변호사)의 경우, 검찰 내부게시판에 임은정 검사의 무죄 구형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는 등 법무부 입장과 반대되는 게시물을 여러차례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임 검사 등 6명의 검사가 최근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오르면서 검사 적격심사 강화가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검사를 퇴출시키는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 검사는 2012년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재심 사건에서 검찰 상부의 ‘백지 구형’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무죄 구형은 과거사 피해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데 일조한 검찰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의미였다. 임 검사는 지난 5월26일 휴가를 내고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실을 방문해 8쪽짜리 검사 적격심사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의견서에서 “적격심사 강화는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변호사)은 “검찰은 지금도 이미 피라미드식 조직으로 검사들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데, 강화된 검사 적격심사는 수뇌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검사를 잘라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그동안은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아주 적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계속 나오면 아무래도 몸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정환봉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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