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청와대, 또 ‘건강문제’ 공개 논란
“불편한 자리 피하려” 관측 나와
청와대, 또 ‘건강문제’ 공개 논란
“불편한 자리 피하려” 관측 나와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박10일(2박은 기내) 동안 다자회의 국외 순방을 이어가면서 과로와 감기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7박10일간 많은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좀 써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청와대가 또다시 공개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과 함께 김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의도적 공개’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의를 새벽 1시까지 하고 그랬지 않느냐”며 다자회의의 무리한 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터키와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영결식 당일 날씨가 영하권으로 접어들고 1시간∼1시간30분 동안 국회의사당 앞에서 영결식 행사가 진행되는 만큼, 박 대통령의 건강이 호전되지 않으면 영결식 참석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건강 이상은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인 만큼, 청와대가 이를 또다시 공개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야가 모두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던 때에도, “남미 순방 뒤 인두염·위경련으로 치료를 받고있다”며 건강상태를 실시간 공개해 ‘사과 요구’를 피해갔다. 당시는 4·29 재보선을 앞둔 시기여서 여권 지지층 결집을 노린 ‘칭병정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역대 정부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공식 브리핑은 자제해왔다. 청와대가 또다시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건강이상을 실시간 공개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건강문제를 빌미로 불편한 관계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사전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 박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의 딸”, “칠푼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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