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철씨 “찾아주셔서 감사” 표시에
“장례식도 잘 이렇게…” 짧게 답해
‘민주화 거목’ 등 의미부여 안해
“생전의 악연 반영 아닌가” 뒷말도
빈소 찾은 이희호씨 “위로드립니다”
손맞잡은 손명순씨 “오래오래 사세요”
백악관 “평화적 정권교체 선례” 애도
“장례식도 잘 이렇게…” 짧게 답해
‘민주화 거목’ 등 의미부여 안해
“생전의 악연 반영 아닌가” 뒷말도
빈소 찾은 이희호씨 “위로드립니다”
손맞잡은 손명순씨 “오래오래 사세요”
백악관 “평화적 정권교체 선례” 애도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3일 빈소를 찾아 7분간 머물며 조문했다.
박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7박10일간의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전 6시께 귀국한 뒤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분향 및 헌화를 한 뒤 잠시 묵념을 하고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현철씨는 “대통령님, 직접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고, 박 대통령은 “장례식도 잘 이렇게…”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빈소 내 가족실로 이동해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씨 손을 잡고 애도의 뜻과 추모의 말씀을 전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빈소에는 ‘상도동계 동지’로 활동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의원 등이 있었는데, 박 대통령은 이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이병기 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정연국 대변인과 함께 온 박 대통령은 서울대병원에 7분간 머물렀다.
박 대통령의 ‘7분 조문’은 “생전 김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부녀의 악연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 싸웠고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독재자의 딸” “칠푼이” 등 거칠게 비판해 박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때는 7박9일간의 중동 4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내리자마자 곧장 서울 신촌 연세대세브란스병원으로 가 리퍼트 대사를 위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엔 귀국 직후 청와대에 들렀다가 8시간 만에 빈소로 향했다. 박 대통령은 현철씨 등 유족에게도 대부분의 조문객들이 입에 올리는 “민주화의 거목이 스러졌다” 등의 의미 부여도 자제했다. 현철씨는 “박 대통령이 ‘애석하게 생각한다. 장례식(국가장)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특별히 다른 얘기는 없으셨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영결식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이날 빈소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숙명의 라이벌’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가 방문했다. 휠체어를 탄 채 아들 김홍업씨,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온 이씨는 “위로드립니다”라며 손명순씨의 손을 잡았다. 손씨는 이씨에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화답했다.
국회에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대표분향소’가 차려져 새누리당 의원들이 단체로 분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4일 이곳에서 단체 분향할 예정이다. 부산과 대구, 대전, 세종 등 전국 각 지역에도 시청사 등지에 분향소가 차려져 시민들이 조문했다.
미국 백악관도 22일(현지시각)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미국 국민을 대표해 한국민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이)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가장 도전적인 시기에 한국민을 이끌었으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평화적 정권 이양의 선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백악관은 “한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대한 그의 기여는 늘 기억될 것이며, 그가 남긴 업적은 미국이 한국 정부 및 한국민과 맺고 있는 불가분의 관계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수십년간에 걸친 군부 통치를 종식시켰다. 군부 통치에서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는 평화적 정권교체의 토대를 놓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한국이 번성했다”고 평가했다.
황준범 김영동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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