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오전 청와대의 지명 발표 직후 입장을 밝히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뉴스분석] 총리후보 황교안 지명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58) 현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지난달 27일 이완구 총리 사퇴 이후 25일 동안 후임 인선을 고심하던 박 대통령이 돌고 돌아 ‘공안검사 출신의 현직 장관’을 낙점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황교안 카드로 다시 한번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란 평가와 함께 임기 후반기 국정의 무게중심이 ‘전방위적 사정’에 쏠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비롯해 사정 업무의 최일선에 있던 장관을 총리로 지명한 배경에 대해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때 황 후보자의 편파적인 수사지휘에 항의하며 해임건의안까지 냈던 야당은 “공안통치의 노골적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임기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단행된다는 점 때문에 발표 전부터 후반기 국정기조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반기의 인사 패턴도 전혀 바뀌지 않았고, 사정 드라이브 중심의 국정운영 기조도 그대로라는 것만 확인됐다.
여야 ‘국민통합형 총리’ 요청 외면
후반기 레임덕 맞설 ‘친위내각’ 구축 ‘성완종 리스트’ 수사 컨트롤 적임
부패 척결 등 ‘가시적 성과’ 노린듯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아는 사람’, ‘써본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 ‘수첩인사’와 ‘돌려막기 인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한달 동안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 지도부까지 ‘국민통합형 총리’를 임명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해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통합형’ 대신 상명하복에 익숙한 법조인 출신 관료를 하반기 국정의 대표 주자로 내세웠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번 인사의 최우선 목표가 ‘청문회 통과’였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야당도 거부할 수 없는 탕평 인사를 하거나, 야당과 상관없이 청문회를 통과했던 관료를 택해 돌파하는 방법인데, 박 대통령은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보선 승리와 야권의 무기력함 등으로 박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이런 선택을 한 듯한데, 문제는 야당과 협상해야 하는 여당에서도 내심 황 후보자를 그리 환영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50대의 황 후보자가 이끄는 내각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친위·사정 내각’의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레임덕에 맞설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셈이다. 황 후보자는 현직 검사 시절에도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검찰 내에서는 ‘골수 공안’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또 법무부 장관으로 일하며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 적극적이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특별감찰하라고 지시하고,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등을 이끌었다. 야권이 “검찰이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친박 비리게이트 수사에 대해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르도록 만든 장본인”(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이라고 비판할 만큼, 정권의 위기 때마다 ‘소방수’ 노릇을 자처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여권과 현 정부에 여전히 위협적인 ‘불씨’가 될 수 있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황 후보자를 발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대외적으론 ‘경제 활성화’나 ‘국민 대타협’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비리나 부정부패 척결 분야에서 ‘성과’를 내려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서 확인된다. 임기 후반기엔 경제위기 외에도 연금 문제를 비롯해 노동과 통일 분야 등에서도 사회적인 대타협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공안통’인 황 후보자를 택한 것을 보면 이런 현안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단기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경제 분야나 갈수록 꼬여가는 남북관계보다, 정치개혁이나 부정부패 척결 등이 상대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쉽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황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지난 3월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이완구 전 총리가 발표했던 ‘부정부패 척결 대국민담화’에 담긴 업무를 이어받게 된다. 공교롭게도 담화 발표 당시 황 후보자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함께 이 전 총리의 담화 발표장에 나란히 서 있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후반기 레임덕 맞설 ‘친위내각’ 구축 ‘성완종 리스트’ 수사 컨트롤 적임
부패 척결 등 ‘가시적 성과’ 노린듯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아는 사람’, ‘써본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 ‘수첩인사’와 ‘돌려막기 인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한달 동안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권 지도부까지 ‘국민통합형 총리’를 임명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해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통합형’ 대신 상명하복에 익숙한 법조인 출신 관료를 하반기 국정의 대표 주자로 내세웠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번 인사의 최우선 목표가 ‘청문회 통과’였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야당도 거부할 수 없는 탕평 인사를 하거나, 야당과 상관없이 청문회를 통과했던 관료를 택해 돌파하는 방법인데, 박 대통령은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보선 승리와 야권의 무기력함 등으로 박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이런 선택을 한 듯한데, 문제는 야당과 협상해야 하는 여당에서도 내심 황 후보자를 그리 환영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 관련 주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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