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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사정 정국’ 호랑이 등에 탄 박 대통령…사과 시기·총리 인선 등 세 가지 고비

등록 2015-04-27 20:43수정 2015-04-28 11:49

귀국 뒤 정국 전망
초여름 날씨와 정반대로 박근혜 대통령 귀국 이후 정국은 꽁꽁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민경욱 대변인의 칠레 발언이다. 지난 23일 칠레에서 기자들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정권 차원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규정한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묻자 민경욱 대변인은 이렇게 답변했다.

“야당 대표가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면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통령께서는 이미 출국 전에 성역없는 수사를 하라고 강조했다. 특검도 마찬가지로 진실 규명에 도움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분명히 말씀했다.”

기자들이 발언을 다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민 대변인의 발언은 한국 시각으로 밤 12시가 다 돼서 국내에 전달되는 바람에 언론에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전 결재를 거쳤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 대표의 공격을 오히려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맞받아치는 정도의 내공은 아무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의 수사 방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성역 없는 수사를 대통령 측근들이 대부분인 ‘8인’으로 해석하느냐, ‘여야를 불문한 사람들’로 해석하느냐는 것은 검찰의 선택이다. 검찰이 비자금 장부를 열심히 찾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후자를 선택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하다. 여야가 5월2일까지 시한을 정한 공무원 연금 개혁 협상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새누리당 안에서 ‘촉’이 좋은 수도권 의원에게 박근혜 대통령 ‘귀국 이후’를 물어보았다.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사과는 할 것 같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리스트에 있는 8인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판을 크게 벌일 것이다.”

그러다 또다시 부메랑을 맞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럴 위험도 있다. 어차피 사정은 양날의 칼이다. 측근들의 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금 판을 크게 벌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여기서 우물쭈물하면 성완종 리스트로 인한 상처만 고스란히 남는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해야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부패척결을 내세워 사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수사망에 걸려든 당사자들은 언제나 ‘야당 탄압’이나 ‘정치 보복’을 외치며 저항했고 실제로 동정을 받았다. 사정과 정치를 양손에 각각 거머쥐고 정국을 이끌어가려면 거의 신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런 역량이 있을까?

여권 인사들과 정치 분석가들에게 물었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 앞에는 세 가지 고비가 놓여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첫째, 사과의 시기와 수위다. 대통령 최측근들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지금처럼 유체이탈 화법으로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무성 대표가 예고한대로 사과를 하겠지만 시기와 수위가 중요하다. 너무 늦어지면 효과가 없고 진정성이 부족하면 민심이 오히려 돌아설 수 있다.

둘째, 4·29 재보선 직후의 태도다. 선거 결과 여당이 승리할 경우 비리 의혹에 휩싸인 사람들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다가는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셋째, 국무총리 후임 인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최경환 황우여 부총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수첩인사’나 ‘땜질인사’의 유혹을 받게 되어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민심’은 물론이고 ‘당심’마저 돌아설 수 있다.

잇단 고비에서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이 계속된다면 박근혜 대통령 3년차는 조기 레임덕이라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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