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청와대사진기자단
대책도 구원투수도 없어
“검찰수사 지켜보자” 말뿐
“검찰수사 지켜보자” 말뿐
임기의 반환점도 채 돌지 못한 박근혜 정부가 ‘성완종 리스트’의 파고에 기우뚱거리고 있다. 여론이 나빠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데다, 청와대와 선을 그으려는 여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과제들을 실천할 국정운영 동력 자체를 상실할 위기를 맞고 있다.
청와대는 14일에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일단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이 총리가 조사에 응한다고 말씀하셨으니 지켜보자”(민경욱 대변인)며 말을 아꼈다.
더 큰 문제는 정권 차원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의욕적으로 내각과 청와대의 중심에 세운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 모두 ‘성완종 리스트’의 당사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의 존재가 역으로 정부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이 탓에 청와대는 초기 대응조차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친 채 사실상 손놓고 있는 분위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야당이 제기한 이 총리의 직무정지 요구 등에 대해 “너무 앞서 간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지만,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총리의 직무정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가 여당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여당이 주도하는 상황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파문이 불거진 이후 김무성 대표가 “당분간 당·정·청 논의를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마이웨이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 청와대가 조기 처리 의지를 갖고 있는 주요 현안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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