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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 “‘성완종 리스트’ 선 검찰조사, 후 특검”…미묘한 온도차

등록 2015-04-13 21:00수정 2015-04-13 21:49

여, 권력 감싸기땐 여론 역풍 우려
야, 당장 특검땐 다음 카드 마땅찮아
여야 비주류는 “조기 특검” 촉구
‘성완종 리스트’ 공개 이틀 만에 검찰이 발 빠르게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성역 없는 수사를 독려하고 나섰지만, 여야 정치권에서는 ‘특검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조기 특검론이 벌써부터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권력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수많은 ‘게이트’가 있었지만, 이처럼 초기부터 특검론이 거세게 나온 적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특검에 부정적인 의견이 전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여야 모두 지도부는 대체로 ‘선 검찰 조사, 후 특검’으로 단계적으로 대응하자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 결과를) 밝힌 뒤 국민이 결과를 판단할 것”이라며 “그때 가서 이해가 안 간다면 특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로 국민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특검으로 가는 것도 절대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리스트에 거론된 이들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최고 권력 실세들인데 그들이 직책 뒤에 숨어 있으면 검찰이든 특검이든 무슨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직책 뒤에 숨지 말고 나서서 수사 등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 모두 ‘선 검찰 조사, 후 특검’을 주장하는 듯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자의 정치적 판단이나 처지에 따라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여당 지도부의 경우 권력 핵심부가 관련된 사안이라 대놓고 특검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뭔가를 숨기거나 덮으려 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기 쉽기 때문이다.

야당 지도부의 경우 당장 특검을 꺼내들면 ‘다음 카드’가 마땅찮다는 전략적 고민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검찰 수사로 정권의 치부가 드러나면 그 자체로 수확이고, 검찰이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다시 공세 수위를 높여 특검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과거 사례로 볼 때 특검의 수사력이 검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여야 당내 비주류 세력들은 한목소리로 조기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정권 핵심 인사들을 수사하는 것으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운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날 오전 모임을 열어 “현·전 정권의 정경유착 의혹을 뿌리뽑기 위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이완영 의원이 전했다.

야당 내 비주류도 지도부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김한길계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성완종 전 회장이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걸 죽음으로 세상에 알린 사건인데, 검찰이 또다시 이 수사를 맡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특별감찰관이나 특검으로 가야 맞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에서 “상설특검법은 이런 사건을 위해 만든 것”이라며 “조속히 특검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여야에 촉구했다. 심 원내대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하명수사’로 규정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낸들 국민이 수긍하겠는가”라고 지적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야권이 추천하는 특별검사를 조건 없이 수용해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석진환 이정애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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