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5일 최근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 “검사였다는 신분 때문에 특정 직역 취업 불가라는 건 헌법이 정한 직업 선택의 자유에 어긋날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현직 검사를 편법 파견받아 검찰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황 장관이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황당한 논리를 펴고 나선 것이다.
황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검사의 대통령 비서실 파견이나 비서실 직위 겸직을 금지하는 검찰청법’을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하자 이같이 답한 뒤 “법률 전문가가 그의 경험을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라며 “그 법이 만들어진 여러 우려가 있지만, 전문가들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또 정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검사의 파견을 금지한 검찰청법을 준수하겠다, 파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지적하자, “제가 파악한 바로는 그 부분 공약 내용은 검사의 법무부와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것이지, 이런 내용의 공약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황 장관의 답변은 ‘사직서’를 낸 검사가 청와대 근무 뒤 다시 검찰에 채용되는 ‘편법’에 눈을 감는 것일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공약을 일부러 왜곡하는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인 2012년 12월2일 검찰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고, 법무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 근무하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법무부 또는 파견 기관을 통한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황 장관의 발언은 공약에 ‘청와대’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최고의 사정 권력인 검찰에 ‘정치적 외압’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검찰 인사권을 쥔 ‘법무부와 청와대’ 밖에 없다는 점을 무시한 해명일 뿐이다. 1997년 국회가 검찰청법에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인데, 황 장관이 ‘눈 가리고 아웅식’ 주장을 편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청와대 외에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는 또다른 통로인 법무부에 여전히 많은 수의 검찰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사실상 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로 볼 수 있다. 더구나 법무부는 청와대 ‘편법 파견’이 끝나서 새로 ‘채용’한 검사들을 검찰 인사와 예산 등을 관할하는 법무부 핵심 요직에 배치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황 장관은 ‘검찰 장악을 위한 편법 파견’을 “정부에 대한 봉사이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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