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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청, 박 당선인 ‘낙하산’ 발언에 가시방석

등록 2012-12-26 21:08수정 2012-12-26 21:08

“공기업 비전문가 안돼” 경고에
‘갈 곳 잃을라’ 진의파악 진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정면 비판하면서, 청와대 일각에선 ‘앞길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26일 박근혜 당선인이 ‘경고장’을 던진 진의 파악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명박 정부 때 일했던 인사들이 갈 곳을 잃거나, 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청와대에는 정부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정무적으로 새로 임명된 공무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대개 정권이 끝나면 파견 공무원은 원래 부처로 돌아가고, 임명직 공무원은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전날 기자들에게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다.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사실 청와대에선 올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탈출 행렬’이 줄을 이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자리 챙기기에 몰두한 것이다. 최근 사례만 봐도,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은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감사에 선임됐다. 서민정책비서관도 같은 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가 됐다. 국정홍보비서관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감사로 갔다. 이들 기관의 감사는 임기가 2년이다.

5년 전 상황이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도 노무현 정부 쪽 인사들을 정부산하 기관이나 공기업 등에서 골라내 빼내는 작업이 6개월 이상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5년 전 노무현 정부 쪽 사람 찾아내 쫓아내는 작업이 쉽지 않아 1년 가까이 걸렸다. 이번엔 우리가 당할 차례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전문성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성’ 잣대만 들이댈 경우, 모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관료들의 아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적절한 외부 인사가 들어가지 못하면 기존 조직이 고인 물처럼 된다. 자칫 공무원과 교수만 살판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청와대 반응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 쪽은 이명박 정부 쪽 특정 인사를 노린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박 당선인의 의중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임기 말과 새 정부 출범 와중에 한 자리 차지하려고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금도를 지키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창현 신승근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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