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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청와대 참모들 민심들으러 ‘거리로’

등록 2008-06-01 19:46

일부 수석·비서관 새벽까지 시위현장 남아
“직접보니 생각달라져…심각성 절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여론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청와대 참모들이 촛불집회 현장에 나가 민심 체험을 벌이고 있다. 민심의 실체가 무엇인지 직접 느껴야 대응책도 제대로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최근 일부 수석과 비서관들이 직접 촛불집회를 찾아 민심을 챙기고 있다”며 “민정과 정무 수석실 직원들이 매일 벌이는 현장 점검과는 다른 차원으로,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29일과 30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으로 달려갔다. 대중들에게 비교적 얼굴이 알려진 곽 수석은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해 모자를 눌러쓰고 안경을 쓰는 등 변장까지 했다고 한다.

이종찬 민정수석은 지난 24일 새벽 3시30분까지 촛불집회 현장을 둘러본 뒤, 29일에도 새벽 2시께 거리시위가 벌어지는 도심으로 나갔다. 이 수석은 경찰에 알리지 않은 채 측근 1명과 함께 거리로 나가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집회 참가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보고 일반 시민인 것처럼 행동하며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정무수석도 최근 촛불집회 현장을 둘러봤으며, 정무수석 일부 직원들은 거리행진에도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석비서관은 “나가보기 전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집회가 일반 시민들이 중심이 돼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며 “정부가 많이 반성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촛불집회의 ‘배후’를 의심하는 의견이 여전하다. 한 참모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데에는 누군가 이끄는 세력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30일 밤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정국과 수습 방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오후 류우익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국정 쇄신 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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