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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말로 천냥빚 얻는’ 이 대통령

등록 2008-05-04 21:04수정 2008-05-07 16:43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국시·도지사회의를 하기에 앞서 시·도지사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택 충북지사, 김진선 강원지사, 이 대통령,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국시·도지사회의를 하기에 앞서 시·도지사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택 충북지사, 김진선 강원지사, 이 대통령,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질좋은 쇠고기…적게 사면 그만”
거침없는 말, 직언할 참모조차 없어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에 따른 민심 이반에는 이 대통령의 ‘말’도 한몫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일본 방문길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좋은 고기를 들여와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 맘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원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쇠고기 수입 문제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이었다.

지난 26일에는 경기 포천의 한우농가를 방문한 뒤, “일본 화우는 소 한마리가 1억원인데, 잘 팔린다”, “한우농가를 방문해 보니, 수입해도 걱정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잘 나가는’ 특정 축산업체의 사례를 전체 농가의 입장으로 과일반화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실제 현지 축산농가에서는 “대통령의 인식이 몇몇 기업농만 살고 나머지는 다 죽어도 된다는 것 같다”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의 정례회동에선 쇠고기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 사회불안을 증폭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정치적 반대’로 규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처럼 다소 거친 표현이나 거침없는 말투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성향이 그대로 배어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시이오로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직원’이 된 국민들을 ‘계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도 이 대통령의 말습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을 이행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인데, 개인적 스타일과 관련된 문제를 감히 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권태호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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