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사발표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못지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이 전혀 없는데다,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이자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점에서 방통위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6일 김 후보자 지명을 통해 내년 4월 총선까지 중단 없이 정부·여당에 유리한 방송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감 없이 표출했다. 오는 11일 네덜란드 방문을 앞두고 공석인 국가정보원장보다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먼저 발표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검찰 출신 중용에 대한 비판이나 전문성 부족, 방통위 독립성 훼손 등의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로 꼽아왔다.
윤 대통령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사퇴 이후 정지 상태인 방통위를 가능한 한 빨리 재가동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현재 5명의 상임위원 가운데 이상인 부위원장만 남아 전체회의 의결을 할 수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방통위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라 다음주 네덜란드 순방 전에 (국정원장 등과 별도로) 먼저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와 와이티엔(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등의 현안이 있다.
특히, 김 후보자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정권에 불리한 뉴스 단속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은 내내 비판적인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단속 의지를 표시해왔다. 김 후보자는 애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도 검토됐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에게 방통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김 위원장을 정부 요직에 쓰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송·통신 분야와는 전혀 무관한 경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임명 발표에서도 전문성과 무관한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뒤 소년 가장으로 농사일을 하며 세 동생의 진학을 홀로 책임졌다”는 내용이나 “공명정대한 업무 처리” 등을 부각했다.
전 정권의 방통위원장들과 견줘도 김 후보자의 ‘무경력’은 이례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성준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었으나 지식재산기본법 전문가였고, 문재인 정부의 한상혁 전 위원장도 변호사 출신이었으나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내며 방송법 전문 변호사라는 평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전문성 없는 김 후보자 지명으로 ‘검찰 편중 인사’의 정점을 찍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남우 국정원 기조실장 등 정부 핵심 요직에는 이미 검찰 출신 측근들이 배치돼 있다. 한편, 김 후보자가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섯달 만에 다시 위원장 공백 상태를 맞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발표 직후부터 ‘제2의 이동관’이라며 지명 철회 요구와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이미 지명에 비난을 무릅쓴 만큼 국회의 임명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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