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건전재정 기조’를 부각하며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시키면 아우성이다.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온다”고 예산 정책에 반대하는 쪽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는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주로 열렸던 청와대 영빈관이나 대통령실 회의실이 아니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 카페에서 열렸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정부·여당이 민생 챙기기와 국민 소통 행보를 늘려가겠다고 기조 변화를 예고한 뒤 현장성을 가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머리발언에서 내년도 예산 재배치로 ‘탄핵’, ‘대통령 퇴진 운동’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래서 제가 ‘(탄핵)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예산을) 써야 됩니다’(라고 했다).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서민들이 죽는다”고 말했다. “불요불급한 것을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의 절규하는 분야에 재배치를 시켜야 되는데,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고도 했다. 누가 탄핵을 주장하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예산 삭감에 반발하는 이들을 ‘정말 어려운 서민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이들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의 건전재정 기조가 옳다고 항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과 같은 ‘정치 과잉’ 시대에 어떻게 보면 서민들이 희생자일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 모든 것은 제 책임이다. 여러분들 말씀을 잘 경청해서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가 올라 경제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가 민주화되고 과잉화되면서 복지 비용이 늘었다. 정부를 지지하고 박수 쳐주는 사람들한테만 돈을 쓰는 ‘정치 복지’”라며 “정치 복지, 선거용 복지 개념에서 확실하게 약자 복지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또 “여당에서도 ‘(복지를) 막 깎아서야 선거 치르겠느냐’는 우려를 많이 한다”면서도 “나라가 많은 돈을 못 주고, 많은 힘이 안 되더라도 그야말로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게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는 소상공인, 택시기사, 청년, 다둥이 부모 등 각계각층 시민 60여명이 참여한 타운홀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에서 만두가게를 하는 한 청년 소상공인은 “전통시장 내 청년 상인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부산에서 온 한 시민은 “작년 겨울처럼 도시가스 요금 할인과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이 계속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매일 2시간 이상 통학하는 한 대학생은 교통요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을 하소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김기흥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포에서 회의를 한 것에 대해 “저로 하여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장소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정치 입문을 선언할 당시 “도대체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것이냐. 국가는 왜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냐”고 묻던 마포 자영업자의 발언을 소개한 적이 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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