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 메모하고 있다. 2023.11.1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일반 국민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전날엔 취임 뒤 처음으로 야당 지도부와 만났다. 먼저 악수를 하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소통 강화가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닌, 국민을 대표하는 언론과 야당과의 실질적 교류 확대로 이어지길 바란다.
윤 대통령이 이날 주부·회사원·소상공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과 만나 타운홀 형식의 간담회를 연 것은 현장에서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계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처음 대화한 데 이어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단 간담회에서도 여러차례 ‘경청’을 언급했다. 그간의 일방적이고 몰아붙이는 듯한 태도 대신 한껏 몸을 낮춘 모습이다.
다만 대통령실이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소통이 아직까진 겉치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이날 마포 타운홀 행사도 국민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오히려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더 무게가 실렸다. 전날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건전재정 기조를 설명하며 “불요불급한 것을 줄이고 서민들이 절규하는 분야에다 (예산을) 재배치하면, 아우성을 친다”고 했다. 그러나 연구개발(R&D) 투자 삭감에서 보듯 줄인 예산이 과연 불요불급한 것인지, 늘린 예산이 과연 ‘서민 예산’인지 의구심이 이는 것이다.
또 이주노동자 임금 차별 요구,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소상공인 목소리를 전달하는 식이기는 하나, 보수 진영 주장을 ‘국민 목소리’라며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이 많다. 최근 부쩍 늘어난 윤 대통령 일정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안동 유림 방문 등 여전히 가까운 쪽만 만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편한 곳만 찾지 말고 불편한 만남을 해야 한다. 야당 대표와의 만남, 기자회견 등이다. 전날 이재명 대표와의 대화는 5부 요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짧게 이뤄졌을 뿐이고, 민주당이 제안한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동에는 아무런 답도 않고 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악수했다는 게 1면 머리기사가 되고, 취임 이후 1년 반이 되도록 단 한차례만 기자회견을 했다. 이러고서 무슨 소통을 한단 말인가. 이벤트성 행사는 한두번이면 족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정치 과잉 시대”라는 말을 자주 썼다. ‘정치 과잉’이 아니라, 정치가 아예 없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