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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지방선거 때문에…” 노대통령 ‘자존심’ 접다

등록 2006-03-14 22:52수정 2006-03-15 00:28

<b>착찹…</b> 14일 이해찬 총리의 사의를 수용한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귀국해 무거운 발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착찹… 14일 이해찬 총리의 사의를 수용한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귀국해 무거운 발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당 의견 존중…” 정치적 판단 시사
사퇴이후 정국주도 방안 장고할듯
노무현 대통령은 의외로 순순했다. 14일 오전 이해찬 총리가 물러날 뜻을 밝히고, 오후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의 분위기를 전하자 노 대통령은 선선히 이 총리 퇴진을 받아들였다. “이 총리는 분권형 국정운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던 청와대의 그동안 설명과는 다소 걸맞지 않은 전격적인 결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이 청와대 참모들의 얘기다.

애초 노 대통령이 귀국할 때만 해도 노 대통령의 판단은 ‘백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 의장으로부터 당이 안고 있는 정치적 부담을 전해듣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이 실체적 진실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에 고발된 사항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관계기관은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을 명백히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은 나중에라도 이 총리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이 이 총리 퇴진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마당에 노 대통령이 태도를 분명히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 경우 자칫 ‘여권 분열’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도 조기 결단을 낳은 배경으로 보인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당의 요구를 일축했던 것에 견주면 사뭇 다른 태도다.

물론 그 이유는 당장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 때문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26일 기자들과 북악산을 오르며 선거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선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던 일도 선거 때가 되면 중단해야 되고, 하려고 하던 일도 선거 때가 되면 바꿔야 되고 중단해야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임기 후반 과제로 삼고 있는 양극화 해소 문제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한 것이지만, 거꾸로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아예 손도 못 대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노 대통령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문제에 올해 초부터 속도를 낼 생각이었으나,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읍소’를 해와, 5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국외순방에 나설 계획이다. 당이 중심이 돼 치르는 지방선거에 되도록 자신은 빠져 있어 주겠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선거 전까지는 당이 중심이 돼 정국을 이끌어가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당이 원하는 모든 장관을 교체해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배려’는 거기까지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두고 “자기 선거도 아닌, 직접 자기가 심판받는 선거도 아닌 당의 선거”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자기 할 일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총리 문제 처리과정을 통해 남은 2년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청와대 참모들은 보고 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은 이번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한 형태로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총리 사퇴 이후 민심을 다시 모으고 정국을 끌어나갈 방도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이 총리 후임 인선이나 청문회까지의 총리대행 체제 등 실무적인 고민을 넘어서는 문제로, 일종의 ‘질서있는 퇴각과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또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총리 사퇴를 통해 당의 체면을 한번 살려준 셈이기 때문에, 선거 이후 국면에서는 당쪽에 ‘채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이 때문에 후임 총리 인선과정에서도 당의 요구를 들어 ‘선거에 도움이 되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함께 임기 마지막까지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빛깔 좋고 평판 좋은 사람은 결과적으로 해놓는 일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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