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찹… 14일 이해찬 총리의 사의를 수용한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귀국해 무거운 발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당 의견 존중…” 정치적 판단 시사
사퇴이후 정국주도 방안 장고할듯
사퇴이후 정국주도 방안 장고할듯
노무현 대통령은 의외로 순순했다. 14일 오전 이해찬 총리가 물러날 뜻을 밝히고, 오후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의 분위기를 전하자 노 대통령은 선선히 이 총리 퇴진을 받아들였다. “이 총리는 분권형 국정운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던 청와대의 그동안 설명과는 다소 걸맞지 않은 전격적인 결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이 청와대 참모들의 얘기다.
애초 노 대통령이 귀국할 때만 해도 노 대통령의 판단은 ‘백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 의장으로부터 당이 안고 있는 정치적 부담을 전해듣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이 실체적 진실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에 고발된 사항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관계기관은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을 명백히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은 나중에라도 이 총리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이 이 총리 퇴진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마당에 노 대통령이 태도를 분명히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 경우 자칫 ‘여권 분열’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도 조기 결단을 낳은 배경으로 보인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당의 요구를 일축했던 것에 견주면 사뭇 다른 태도다.
물론 그 이유는 당장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 때문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26일 기자들과 북악산을 오르며 선거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선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던 일도 선거 때가 되면 중단해야 되고, 하려고 하던 일도 선거 때가 되면 바꿔야 되고 중단해야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임기 후반 과제로 삼고 있는 양극화 해소 문제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한 것이지만, 거꾸로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아예 손도 못 대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노 대통령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문제에 올해 초부터 속도를 낼 생각이었으나,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읍소’를 해와, 5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국외순방에 나설 계획이다. 당이 중심이 돼 치르는 지방선거에 되도록 자신은 빠져 있어 주겠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선거 전까지는 당이 중심이 돼 정국을 이끌어가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당이 원하는 모든 장관을 교체해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배려’는 거기까지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두고 “자기 선거도 아닌, 직접 자기가 심판받는 선거도 아닌 당의 선거”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자기 할 일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총리 문제 처리과정을 통해 남은 2년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청와대 참모들은 보고 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은 이번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한 형태로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총리 사퇴 이후 민심을 다시 모으고 정국을 끌어나갈 방도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이 총리 후임 인선이나 청문회까지의 총리대행 체제 등 실무적인 고민을 넘어서는 문제로, 일종의 ‘질서있는 퇴각과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또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총리 사퇴를 통해 당의 체면을 한번 살려준 셈이기 때문에, 선거 이후 국면에서는 당쪽에 ‘채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이 때문에 후임 총리 인선과정에서도 당의 요구를 들어 ‘선거에 도움이 되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함께 임기 마지막까지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빛깔 좋고 평판 좋은 사람은 결과적으로 해놓는 일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노 대통령이 임기 후반 과제로 삼고 있는 양극화 해소 문제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한 것이지만, 거꾸로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아예 손도 못 대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노 대통령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문제에 올해 초부터 속도를 낼 생각이었으나,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읍소’를 해와, 5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국외순방에 나설 계획이다. 당이 중심이 돼 치르는 지방선거에 되도록 자신은 빠져 있어 주겠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선거 전까지는 당이 중심이 돼 정국을 이끌어가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당이 원하는 모든 장관을 교체해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배려’는 거기까지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두고 “자기 선거도 아닌, 직접 자기가 심판받는 선거도 아닌 당의 선거”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자기 할 일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총리 문제 처리과정을 통해 남은 2년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청와대 참모들은 보고 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은 이번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한 형태로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총리 사퇴 이후 민심을 다시 모으고 정국을 끌어나갈 방도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이 총리 후임 인선이나 청문회까지의 총리대행 체제 등 실무적인 고민을 넘어서는 문제로, 일종의 ‘질서있는 퇴각과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또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총리 사퇴를 통해 당의 체면을 한번 살려준 셈이기 때문에, 선거 이후 국면에서는 당쪽에 ‘채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이 때문에 후임 총리 인선과정에서도 당의 요구를 들어 ‘선거에 도움이 되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함께 임기 마지막까지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빛깔 좋고 평판 좋은 사람은 결과적으로 해놓는 일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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