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정부의 국정과제를 점검하며 “복합 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며 거듭 한·미·일 밀착 행보를 부각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으로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도 한-일 관계에 대해 “양국 공동이익”을 언급하며 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굴욕 외교’ 논란을 빚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정부의 대외전략 기조와 철학에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 머리발언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은 국제사회에서 우리 생존과 국익뿐 아니라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와 직결된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미 동맹은 이미 군사 안보 동맹을 넘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했고 한-일 관계 역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자유·평화·번영에 기반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제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과의 경제 안보 협력 △정상외교에서 경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일즈 외교 등을 외교 성과로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외교의 중심은 경제”라며 “글로벌 협력을 확대해 원전,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수출 성과와 해외시장 개척을 이뤄내는 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 인권 실상을 알리는 것이 국가 안보를 지키는 일”이라면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싸워 이길 수 있도록 확고한 대적관과 군기를 확립하고 실전 훈련으로 전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통일부를 향해 “최근 수사 결과를 보면 국내 단체들이 북한의 통일전선부 산하 기관들의 지시를 받아 간첩 행위를 한 것이 밝혀졌는데, 북한의 통일 업무를 하는 곳에서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 통일부도 국민들이 거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홍보라든지 대응 심리전 같은 것들을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이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 인권침해자에 대해 언젠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축적하겠다”며 “올해 안에 ‘신통일 미래 구상’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15일 제1차 회의에 이어 외교·통일·국방·보훈을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 관심사인 한-일 관계와 관련된 설명이나 향후 계획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전문가와 국민 방청객으로 이뤄진 패널 102명 가운데 강제동원 피해자나 관련 단체도 초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현안을 둘러싼 핵심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들에게 정책을 소상히 설명하고 소통하기보다, 일방적 ‘자화자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동원) 피해자분들이 (회의 현장에) 있었는지는 확인을 못 했다”며 “일본 관련해서는 대통령께서 ‘양국 공동이익에 부합하게 현안들을 잘 풀어간다’는 취지의 발언은 있었던 것 같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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