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막걸리 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퇴임 뒤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을 끄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하루에 한번씩은 시골까지 찾아온 분들이 고마워서 그분들과 인사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었는데, 저는 그렇게는 안 할 생각”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녹지원으로 춘추관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마지막 소회 등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5월9일 18시, 업무 마치는 퇴근 시간에 청와대에서 퇴근할 계획”이라며 “하룻밤을 청와대 바깥에서 보내고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케이티엑스(KTX)로 지방으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내지 않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신구 정권 간의 무슨 갈등, 그렇게 표현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5월10일 청와대 개방’ 계획 때문에 문 대통령이 무리해서 전날 방을 빼는 것 아니냔 시각에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 뒤 삶에 대해선 “그냥 평범한 시민, 국민으로서 가고 싶은 데 가보고, 먹고 싶은 데 있으면 찾아가서 먹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냥 보통처럼 살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오며가며 또 자연스럽게 우리 국민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자신을 마지막으로 ‘청와대 시대’가 끝나는 데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혹시라도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 역사, 청와대 역사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뭔가 청산하는 의미로 ‘청와대의 시간’을 끝낸다고 하면 조금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마다 공과 과가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 역사를 총체적으로 평가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가장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라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 청와대를 ‘부정적인 역사’로 자리매김할까 우려를 표한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최근 주고받은 친서에 대해선 “다음 정부가 출범하는 그 순간까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한반도의 대화 분위기 이런 것들이 계속되고 다음 정부로 이어지게끔 하기 위한 차원의 노력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 새해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것에 대해 같은 입장인지 묻는 질문에 “인사에 있어서 때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선거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던 점, 여러가지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깊은 이야기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대답하는 것은 그렇고, 다음으로 미루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출입기자단의 녹지원 간담회는 2019년 10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문 대통령은 그사이에 기자간담회 등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며 “여러분은 청와대 시대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증인이다. 아마 춘추관(청와대 브리핑룸) 기자라는 말도 이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제이티비시>(JTBC)에서 방영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임기초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해 “긴 시기로 보면 2022년까지 5년 내내 분배가 개선되었다.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이라면서도 “고통받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임기 내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에 대해선 “부동산 상승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그것 가지고 면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시각에서 봐야한다는 것이고, 코로나 시기 유동성이 풍부해져 가수요를 일으키는 등 구조적인 원인들을 함께 봐야 온당한 평가가 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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