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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홍범도, 고국 강토에 돌아왔네”…78년만에 조국에 묻히다

등록 2021-08-18 16:21수정 2021-08-18 18:52

대전현충원서 안장식 열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숙(왼쪽) 여사가 18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추모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숙(왼쪽) 여사가 18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추모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만주와 연해주에서 ‘하늘을 날았던’ 홍범도(1868∼1943) 장군의 관이 천천히 땅을 향해 내려갔다. 육해공군으로 이뤄진 국군 의장대 6명은 하얀 줄을 풀어 유해를 하관했다. 이역만리 중앙아시아에서 눈을 감은지 78년 만에 돌아온 조국의 안식처였다. 국군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라 쓰여진 빨간 천이 덮인 관을 향해 경례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하여 받들어 총.”

하얀 장갑을 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봉분에 앞서 흙 한줌을 관 위에 뿌렸다. 대한민국의 흙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있던 홍 장군 묘역의 흙을 합한 것이었다. “꿈에 그리던 조국의 땅에서 영면한 홍범도 장군의 안식을 기리며 장군의 귀환을 모두 마치겠다.” 국민대표 특사로 카자흐스탄에 다녀온 뒤 사회를 맡은 배우 조진웅씨가 안장식을 마치자 묘역 너머로 아리랑이 흘러나왔다.

국군 의장대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묘역으로 옮기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국군 의장대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묘역으로 옮기고 있다. 청와대 제공
‘노병’ 홍범도 장군의 귀환 절차가 18일 대전국립현충원 안장식으로 마무리됐다. 광복절 밤 특별기 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한 홍 장군의 유해는 이틀 동안 대전현충원 현충관에 임시 안치돼 국민추모기간을 가졌다. 유해는 이날 국방부 군악대의 독립군가 연주 속에 독립유공자 3묘역으로 옮겨졌다. 만주와 연해주를 거쳐 카자흐스탄까지 이어졌던 그의 투쟁기는 배우 최민식씨의 내레이션을 담은 영상으로 소개되었고, 가수 하현상씨는 의병장들을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수록곡인 <바람이 되어>를 부르며 그의 넋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안장식 추모사를 통해 홍 장군의 귀환을 도운 카자흐스탄과 고려인 동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을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까지 흘러가야 했던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동포들의 고난의 삶 속에는 근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온갖 역경이 고스란히 배어있다”며 “우리는 다시는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절치부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분을 읽으며 감정이 복받친 듯 잠시 목이 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선조들의 고난을 뒤돌아보며 보란 듯이 잘사는 나라,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강한 나라,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홍 장군의 귀환을 이동순 시인의 글귀를 인용해 표현했다. “나 홍범도, 고국 강토에 돌아왔네. 저 멀리 바람 찬 중앙아시아 빈 들에 잠든 지 78년 만일세. 내 고국 땅에 두 무릎 꿇고 구부려 흙냄새 맡아보네. 가만히 입술도 대어보네, 고향 흙에 뜨거운 눈물 뚝뚝 떨어지네.” 문 대통령은 “장군의 귀환은 어려운 시기,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위기극복에 함께하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면서 “장군이 고향 흙에 흘린 눈물이 대한민국을 더 강하고 뜨거운 나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추모사를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이 18일 홍범도 장군의 관 위에 허토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18일 홍범도 장군의 관 위에 허토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안장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위해 카자흐스탄을 찾았던 특사(단장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와 송영길(더불어민주당),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정당 대표, 서욱 국방부 장관과 각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홍범도함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범도 장군도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발굴되지 않은 독립군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어서, 이번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각별히 챙겼다”고 설명했다. 홍범도 장군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하고 구 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등 사회주의 독립운동 계열로 분류되면서 그동안 청산리 전투의 김좌진 장군에 견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영화 <봉오동 전투> 등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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