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일 서울 중구 엠비엔(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 앞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나경원 후보. 연합뉴스
이준석 후보 “혐오를 했지만 내가 한 혐오 발언은 없다는 거냐”
나경원 후보 “몇 가지 지적할 수야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다. 바른미래당에서 징계받은 것도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 심한 말 해놓고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녹취 파일이 나왔다”
이준석 “안철수에 한 말은 사석 발언이고, ‘안철수 대표가 그렇게 하면 XX 되는 거지’라는 발언이다. 저는 문제가 될 발언이라고 생각 안 하고, 안철수가 저에게 공적인 관계에서 잘못한 것도 있다. 여기서 해야 할 말인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 1위를 차지한 이준석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악연이 티브이(TV) 토론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당시 안 대표에게 했던 욕설을 직접 공개하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다른 당권 주자들은 두 사람의 악연이 당 대 당 통합에 저해될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1일 <엠비엔>(MBN)이 이날 저녁 주최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오늘 라디오에서 안철수랑 사이 나쁜 건 온 천하가 안다고 했다. 이준석이 당대표 되면 합당 어렵다고 이해해도 되냐”고 직격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렇다면 이해력이 부족한 것이고 저는 안철수 대선주자 가치 이해하니까 진지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피즘’과 관련된 두 후보의 공세가 이어지던 중 갑자기 다시 안 대표가 등장했다. “이 후보가 바른미래당에서 징계를 받은 것도 안철수 대표에게 매우 심한 말을 하고선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했다가 이후 녹취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나 후보가 불쑥 옛 일을 꺼낸 것이다. 이 후보는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2019년 5월 청년 당원 앞에서 욕설로 안 대표를 비하한 것이 드러나 최고위원직과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하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안 대표에게 한 말은 사석에서 한 발언이고 ‘안 대표가 그렇게 하면 XX 되는 거지’라는 발언이다. 문제가 될 발언이라고 생각 안 한다”고 응수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티브이 방송 토론회에서 장애인 혐오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욕설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욕설한 자신은 오히려 잘못이 없다고 항변한 것이다.
주호영 후보도 “공정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개인 간의 일이 공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안철수와의 인간적 악연 때문에 일그러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가세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적어도 바른미래당 시절에 저희가 같이 한 적도, 냉각기를 가진 적도 있지만 제가 특별히 안철수 악연 있다고 해도 그걸 공적 영역에 반영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제가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이라며 “룰에 있어서 조금만 유승민 의원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다 이준석이가 그것(계파) 때문에 그랬다, 이렇게 할 테니까 오히려 방어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다. 제가 안철수 대표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다 온 세상이 알기 때문에, 조금만 불이익에 가까운 결과가 나와도 이준석이 안철수 싫어해서 그런다, 이럴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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