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나경원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후보 “트럼프 혐오 이미지 덧씌우려고 하는데 이준석이 한 혐오 발언 한 가지만 말해달라”
나경원 후보 “진중권 전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을 인용했다”
이준석 “비겁하게 한 학자를 인용하지 말라. 진중권이 신이냐.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해달라”
나경원 “20대 남자들의 역차별 문제를 혐오 부추기는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는다. 극단적인 페미니즘”
이준석 “제가 나 후보보다 여성 지지율이 높다는 말씀드린다”
6·11 전당대회에 출마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티브이(TV) 토론에선 ‘트럼피즘’을 놓고 불꽃이 튀었다.
이날 <엠비엔>(MBN)이 주최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주도권 토론 초반부터 젠더 갈등으로 설전을 벌였다. 이 후보가 “나 후보는 줄기차게 제가 트럼프를 닮았다고 하면서 혐오 이미지를 덧씌우는데 제가 한 혐오 발언을 소개해달라”고 질문하자, 나 후보는 “트럼프를 닮았다는 것은 진중권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이준석 후보가 그동안 20대 남자의 분노로 사실상 젠더 갈등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것을 인용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 후보는 “비겁하게 학자의 글을 인용하지 말라”고 발끈한 뒤 “20대 남자의 분노를 극단적인 페미니즘과 연결하지 않았는가”라는 나 후보의 말에 “알겠다. 제가 나 후보보다 여성에서도 지지율이 높다는 여론조사가 많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이어진 청문 토론회에서도 나 후보는 “제가 2030대를 백인 하층 노동자라고 했냐”고 묻자 이 후보는 “트럼피즘을 말하면서 백인 하층 노동자를 근거로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연상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나 후보는 “아니다. 제가 말한 것은 이 후보를 트럼프에 비유한 것이다. 2030대를 비유한 게 아니다. 이 후보가 이걸 교묘하게 엮어 분열의 정치를 시작했다. 제가 걱정하는 게 이 후보의 분열의 정치가 2030대를 떠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저를 트럼프에 비유한 게 교묘하다”고 응수했다.
전날 이 후보가 제시한 대선 경선 ‘버스론’에 대해서도 질문과 비판이 쏟아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점,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점 등을 거론하며 이 후보의 대선 경선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나 후보는 “어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탑승하지 않아도 우리 당 경선 버스는 출발하겠다고 하고 안철수 후보와의 통합도 어렵다면 사실상 이 후보가 당 대표됐을 때 야권 통합 점점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다”고 했고, 주호영 후보도 “공정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개인 간의 일이 공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안철수와의 인간적 악연 때문에 일그러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저는 안철수의 대선 주자로서의 가치를 이해하니까 진지하게 통합 논의에 임할 것”이라고 한 뒤 “유승민에 대해 부정적 여론 있다는 걸 활용하고 있다. 윤석열 호의, 안철수 호의, 유승민 적개심을 보이는 분에게 대선 경선 공정성 맡길 수 있냐”며 나 후보를 맞받았다. 이어 “나 후보는 서울시장 예비후보 때 유승민 전 의원 사무실에 방문해서 지지 호소했고, 사실상 지지를 선언했다. 저는 그 시간에 오세훈 캠프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럼 유승민계는 나경원과 오세훈 중에 누구를 지지했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제가 말하는 본질은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 문제다. 출마 2주 전에는 본인이 유승민계 대표 격이라고 했고, 1년 전에 ‘21대 국회 가서 뭐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유승민 대통령 만들겠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원내대표를 역임한 나 후보와 주 후보는 재임 시절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홍문표 의원은 주 후보를 향해 “7개 상임위원장 줄다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사찰로 갔다. 열흘 있다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났지만 얻은 것도 없이 어깨동무한 사진이 나왔는데 이게 괜찮은 거냐”고 상임위원장 배분에 성공하지 못한 것을 비판했고, 나 후보를 겨냥해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금 재판받고 있는 분들한테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뭘 책임지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오엑스(O·X) 질문 코너에서는 ‘당 대표가 된다면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허가하겠나’라는 질문에 모든 후보가 ‘오’ 손팻말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준석·나경원 후보만 ‘엑스’를 표시했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다시 영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준석 후보만 ‘오’ 팻말을 들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연락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나경원·주호영 후보만 그렇다고 답했다.
조경태 후보와 나 후보는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해 논란이 이는 데 대해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