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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도로 영남당’ 안 된다면서도…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영남 표심’ 먼저인 까닭

등록 2021-05-03 16:31수정 2021-05-04 08:37

당원 비중 큰 영남 표심 붙잡기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 초반부터 ‘영남당’ 논란이 뜨겁다. “영남 중심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의견과 “영남을 배제하고 이길 수 있느냐”는 반박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도 ‘비영남’ 후보들은 당의 핵심 기반인 영남 표심 잡기에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영남당 논란은 지난달 30일 원내대표 경선을 기점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원내사령탑이 된 김기현 원내대표(4선·울산 남을)는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재선·대구 달성)와 강민국 대변인(초선·경남 진주을) 등 영남 출신들을 중용했다. 영남 출신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당 대표만이라도 비영남에서 나와야 전국정당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비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것 또한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홍문표 의원(4선·충남 홍성예산)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정당의 기본 목표는 정권을 잡는 것인데 영남 정당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라며 “더 큰 정당, 강한 정당이 정권교체의 지름길이다. 비영남에서 당 대표가 나오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 외에도 박진(4선·서울 강남을), 권영세(4선·서울 용산) 의원과 원외에선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서울·수도권 ‘프리미엄’으로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비영남 대표’를 주장하는 당권 주자들도 먼저 향한 곳은 ‘영남’이었다. 홍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 뒤 한국노총 임원진과 간담회를 하고, 대구·영남권 기자단 인터뷰를 위해 국민의힘 대구시당으로 향했다. ‘초선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보이며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 또한 지난달 25일 대구 지역 언론사를 찾아 인터뷰하면서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은 선거인단(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로 결정되는데 영남 당원이 당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는 적극적 지지층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데 영남권을 배제하고는 그런 세를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당원 구성으로 볼 때 쉽사리 ‘전국정당화’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영남 당원들에게 ‘영남 당 대표는 안 된다’며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영남 출신 당권 주자들은 ‘영남당’ 프레임 탓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조해진 의원(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이날 <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원들은) 범야권 대통합, 후보 단일화에 누가 적임인가를 두고 판단할 것”이라며 “‘영남이냐 아니냐’ 이걸 우선순위에 두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의원(5선·부산 사하을)도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 당 대표 불가론을 거론하는 것은 지역주의를 조장해 나눠먹기식 정치를 강요하고 당원 선택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며 “시대착오적인 지역주의 프레임을 중단하라”고 날을 세웠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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