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최근 정치 행보를 재개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어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전당대회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극우세력과 가까웠던 2019년 당시 원내대표·대표를 잇따라 지낸 두 사람이 향후 야권 재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인데, 지난 1년간 외연 확대에 애썼던 국민의힘이 다시 강성 보수 색채가 짙어지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소상공인 천막’ 찾은 황교안 “국민 중심 행보 하겠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 본관 앞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을 요구하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의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최 의원은 자유한국당 시절 황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황 전 대표는 대선 도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국민들께서 판단할 일이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때까지 저는 저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또 “오로지 국민 중심 행보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정치 행보를 예고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월 대담집 형식의 참회록 <나는 죄인입니다>를 발간하며 여의도에 돌아올 뜻을 일찌감치 알렸으나 지난해 총선 참패로 인한 ‘비호감 이미지’에 막혀 당내에서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지난 4·7재보궐 선거운동 기간엔 유세 지원에도 나서려 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선거 압승 뒤 황 전 대표는 ‘청년’ ‘부동산’ ‘암호화폐’ 등 트렌디한 현안을 주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당 대표 출마로 마음을 90% 굳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 전 원내대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한 측근은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직 최종 결심은 안했지만 전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로 재판을 받고 돌아왔음을 알리며 “민주당의 무서운 폭력을 고발하고자 내가 국민들에게 그 빠루를 들어 보여드리자, 고약한 ‘가짜 프레임’이 시작됐다. 마치 내가 빠루를 휘두른 것처럼 가짜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고 썼다. 자신의 강경한 이미지를 문제 삼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황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당장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 비상대책위원인 성일종 의원은 2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적절하지 않다. (정치 재개를 위해) 몸을 풀든 뭐든 개인의 자유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당내에서도 이런 부정적 기류가 많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의 복귀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태극기와의 공조’와 ‘빠루의 기억’을 동반소환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의 또다른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당심이 중요한) 전당대회에서는 훨씬 자유롭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얘기를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우리 당이 ‘도로 자유한국당’이라는 비난이 커질 수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