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에서 4ㆍ7 재보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보궐선거를 마무리하고 퇴임한다. 지난해 5월 총선 참패로 난파 직전의 ‘미래통합당호’ 선장을 맡은 지 11개월 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제1야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야인으로 돌아가는 그이지만,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당장 가동될 야권발 정계개편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오는 8일 오전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의원총회에서 퇴임 인사를 할 계획이다. 당 비상대책위원인 성일종 의원은 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마 8일 기자회견을 한 뒤, 의총에서 인사하시고 승장으로서 떠나신다는 애초 말씀을 실행하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퇴임은 예견된 일정이다. 지난달 23일 오세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되자 김 위원장은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내 기여의 90%는 다 했다고 본다.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키면,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했다.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이날도 서울 강남구에서 오 후보 지원유세를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퇴임은) 내가 약속한 대로 약속을 지키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선거 결과가 말해주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당내 평가는 우호적이다. 한 비대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올 1월까지만 해도 당내에서는 그쪽에 힘을 싣는 일부 의원이 생기면서 국민의힘이 후보도 내지 못할 정당이라는 위기에 빠질 뻔한 적도 있지 않았나”라며 “그렇지만 김 위원장이 당 승리를 확신하며 우리 당 후보를 만든 뒤 최종 여론조사 공표 전까지 두자릿수 이상 격차를 벌려놓는 데 역할을 했다. 내년 대선까지 대안 야당으로 자리매김할 기틀을 다져놨다”고 평가했다. 선거 등 중요 국면 때마다 색깔론 공세를 펼치던 국민의힘의 자해적 악순환을 끊어낸 것도 김 위원장의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포용하는 향후 야권통합 정계개편 국면에서 ‘김종인 역할론’이 나오는 이유다. 성일종 의원은 “당에서도 앞으로 김 위원장의 정치적인 역량이나 경험이 국가를 위해서 쓰여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여러 형태로 한번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추대론을 띄우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에 당내 일정한 비토 분위기도 있는 만큼 재추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공언한 대로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향후 정계개편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8일 열리는 의총에서 향후 지도체제 구성을 논의할 계획이며, 당분간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게 된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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