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상징인 ‘6411번 버스’에 올라 ‘범여권의 지지’를 호소한 6일, 정의당은 “염치를 넘어 분별력도 없다”며 싸늘하게 반응했다. 자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선거가 치러졌는데도 민주당이 당헌당규까지 고쳐가며 후보를 낸 데 대한 반감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총선 당시 공직선거법 개정을 함께 주도하고도 막판에 ‘위성정당’을 창당해 거대 양당 기득권 체제를 공고히 한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도 묻어난다.
박 후보는 이날 새벽 3시59분 구로구에서 6411번 버스에 올라 목적지인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6411 버스는 노 전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당 대표 수락연설을 하며 언급했던 것으로, 새벽 버스에 올라 일터에 나가는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와 응원을 의미한다. 지난 4일 인터넷 언론사 간담회에서 “심상정 의원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밝혔던 박 후보가 이날 6411번에 오른 것은 또다시 정의당을 향한 구애의 몸짓이었다.
그러나 냉담한 답변만 돌아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박 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기업 의 입장을 반영하려 했던 점을 지적하며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민주당에 섭섭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 그러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노 의원님이 서울 동작구에 출마하셨을 때도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 드렸다”고 말했다. 2014년 7·30 재보선 당시 박 후보가 민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로서 노 전 의원이 동작을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해 나경원 전 의원과 맞붙었을 때의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박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여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제는 염치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분별력도 없다. 당시 2014년 박 후보가 노회찬 전 의원의 선거를 도운 것은 야권 단일화를 확실히 했기 때문이다. 그때 일을 지금 거론하는 것은 지금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여 대표는 이어 “검찰개혁도 진영논리로 본질을 완전히 왜곡시켰고, 정치개혁도 기만적으로 위성정당 만들어서 자신들을 거대 정당으로 만든 것 아니냐. 거대정당의 오만함이 탄핵세력을 부활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았다. 강은미 원내대표도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엘에이치(LH) 사태뿐 아니라 기후위기, 불평등 등 문제를 보더라도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모두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어느 당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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