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격화되는 ‘숨은 표’ 논쟁이 이번 4·7 재보선에선 ‘샤이 진보’의 결집 여부로 초점이 옮겨졌다. 지난 2020년 총선을 비롯해 최근 몇년간은 줄곧 ‘샤이 보수’가 투표소로 나올 것이냐가 관심사였지만 이번 선거에선 정반대로 ‘샤이 진보’가 관심을 모으는 양상이다.
‘샤이’한 유권자에 대한 기대감은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지난 4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샤이 진보가 몇 퍼센트인지는 모르지만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 자신에게 다가와 “조그만 목소리”로 ‘1번 찍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5일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은 우리 당 박영선·김영춘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당내 분석이 있었다”며 높은 사전투표율은 샤이 진보의 결집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민주당이 ‘샤이 진보’가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여권에 대한 민심 악화로 인해 정권심판론이 ‘대세’가 되자 여권 지지층이 소수파로 몰리면서 자신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표현하길 꺼리게 됐고, 이에 따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지지자들의 숫자가 아니라 결국 투표소에 나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샤이 진보에게 투표를 독려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확히 말하면 샤이 ‘열세 표심’이라고 하는 게 맞다. 열세후보나 열세 정당의 표심은 늘 적게 나왔다”며 “박영선·김영춘 후보가 열세후보이기 때문에 한 5% 포인트 정도는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샤이 진보의 존재에 대해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범여권 180석’으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을 때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출구조사 직후까지도 ‘샤이 보수’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민주당내에서도 “지지층 막판 결집이 중요하다”며 샤이 진보를 향해 투표를 호소하는 목소리부터, “‘우리 당을 지지하기 부끄럽다’는 뜻의 샤이 진보를 언급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세에 따라 소수파가 여론조사 상에서 ‘샤이’해지는 경향은 있지만, 판세를 반전시키기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박종희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장(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샤이 진보든, 샤이 보수든, 이 집단이 유의미하려면, 자신의 지지 정당이 여론조사에서 불리하게 나오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지 사실을 감추고 정작 투표는 적극적으로 하는 유권자가 많아야 한다”면서 “여론조사 자체를 불신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와 같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면 샤이 유권자의 존재는 입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보궐선거의 특성상, 여론조사에서만 적극적이고 실제 투표장에는 나타나지 않는 유권자가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샤이’한 표심의 특성보다는 투표의 실천 여부가 결국 승부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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