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앞에서 선거 유세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만들었던 세빛섬이 선거전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 후보가 4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일대를 방문해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후보의 ‘셀프 칭찬’은 뻔뻔함의 극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영선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오늘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세빛섬 앞을 산책하며, 세빛섬을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세빛섬에 대해 오세훈 후보가 ‘셀프칭찬’을 하다니 뻔뻔함의 극치다. 세빛섬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반성과 사과”라고 오 후보를 공격했다. 박 의원은 △졸속 추진된 세빛섬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추진 과정에 시의회 의결을 무시하고 지방자치법도 어겼으며 △총체적 부실 계약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직원 등 15명이 징계를 받을 정도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서울시의 감사보고서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세빛섬이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은 이날 오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을 맞잡고 한강공원 반포지구를 걸으면서다. 그동안 국민의힘 열세 지역인 강북구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던 오 후보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강남권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직을 중도에 사퇴했던 오 후보가 재임시절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세빛섬을 방문한 것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시장 시절의 성과를 재평가 받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년 동안 문을 닫아걸고 시민들의 이용을 제한하는 바람에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했다”며 “한강 시민공원과 세빛섬을 만들며 오해도, 비판도 꽤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강변을 이용하는 산책 인구가 10억명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빛섬은 그간 사업자 특혜, 안전성 논란 등으로 수년째 제대로 쓰임새를 찾지 못한 전시행정의 대표 사례로 지적돼 왔다. 특히 지난 2013년 대한변호사협회가 예산낭비의 책임을 물으며 오 후보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의뢰를 하기도 했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 연속 진행된 티브이 토론에서도 세빛섬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박 후보가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실정을 문제 삼으며 “세빛섬도 적자였다”고 지적하자, 오 후보는 “세빛섬은 민간사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세빛섬 사업에 128억원을 투자해 사업자인 ㈜플로섬의 지분을 29.9% 가진 2대 주주였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플로섬이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239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기도 했다.
노현웅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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