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박영선 지지자 절반 “2차 가해”
서울시민 유권자 66.8%는 성추행 피소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추모를 ‘2차 가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지층에서도 절반 가까운 응답자들이 ‘2차 가해’라는 데 공감했다.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텟리서치가 <한겨레>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서울에 거주하는 유권자 1012명을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것은 2차 가해’라는 주장에 ‘매우 공감한다’는 응답이 35.7%로 가장 많았고, ‘공감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31.1%로 나타났다. 한편,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은 15.4%,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11.3%, ‘모름·무응답’은 6.4%였다. ‘2차 가해’라는 응답(66.8%)이 그렇지 않다는 의견 26.7%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여권 지지층에선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 중에선 48.6%가 ‘2차 가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답했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44.9%였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공감’이 50.1%, ‘비공감’이 45.2%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8∼29살에서는 ‘공감’이 73.6%로 모든 연령 중에 가장 높았고 30대에선 ‘공감’이 71.7%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는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언행이 여권 지지층의 내부 결집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일으켰음을 보여준다. 박 전 시장 이슈를 놓고 민주당·박 후보 지지층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 훨씬 우호적이었던 20~30대 젊은 층도 박 전 시장 추모 메시지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을 찍었던 응답자 중에선 ‘2차 가해라는 주장에 공감’이 58.2%, ‘비공감’이 35.9%로 나타나 지지층 이탈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민심 읽기에 실패한 것”이라며 “지지층이 떨어져 나갈 수록 강성 지지층의 비중과 대표성이 커져 더욱 강성으로 흐르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것이다. 20∼30대 여성 지지층이 이탈하더라도 민주당은 ‘그래도 국민의힘으로는 못 간다’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 일시 2021년 3월30~31일
조사 대상 서울 거주 만 18살 이상 남녀 1012명
조사 방법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28.3%
표본 추출 권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1년 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조사 기관 ㈜케이스탯리서치
조사 의뢰 한겨레신문사
※자세한 조사 결과는 해당 여론조사기관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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