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일 국회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김태년 원내대표가 1일 부동산 정책 실패,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논란 등에 대해 “민주당이 부족했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전날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국민께서 깊은 절망을 안게 됐다. 사죄드린다”고 한 데 이어 연이틀 당 지도부가 성난 민심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져나오는 일부 의원들의 돌출발언과 돌발악재가 민심을 자극하다보니, 지도부의 이런 ‘사죄 호소’가 별다른 정치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민주당 쪽 고민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1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대국민 성명에서 “집값 폭등과 부동산 불패 신화 앞에 개혁은 무기력했다. 또한 청년세대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의 분노와 실망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민주당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최근 소속 의원들이 부동산 문제로 비판을 받자,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호소도 했다.
지도부가 몸을 낮춘 것은 이번 재보선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할 만큼 민심 이탈이 크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료 인상을 5%로 제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직전에 아파트 전셋값을 14% 올린 게 알려져 경질된 데 이어,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주민 의원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진 여파가 컸다. 통제되지 않은 발언도 문제였다. 김경협 의원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직전에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면 임대차 3법 탓인가. 아니면 임대차 3법 통과가 늦어졌기 때문인가”라며 김 전 실장을 옹호한 듯한 발언을 해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앞서 윤호중 의원이 지난 27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쓰레기”라고 말해 논란이 되자, 지도부가 ‘품위 있는 표현’을 당부하며 수습에 나서야 했다.
민주당에선 ‘오만한 여당’으로 비치는 현 상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서울 지역 의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무조건 저자세로 가야 한다. 지도부의 사죄, 읍소 모습과는 다르게 서울 지역 유세 현장에서는 네거티브로 일관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상처만 커지지 않나 걱정된다”는 글 등이 올라왔다고 한다. 지도부의 사과를 두고도 “타이밍이 늦었다”는 당내 의견들도 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쪽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여당을 혼내주자’는 분위기가 강해 인물 경쟁 구도가 먹히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제발 돌발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사죄하고 의원 개인의 정치 활동도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인사도 “우리 기조는 납작 엎드려서 기회를 달라는 건데 일부 의원들은 본인 장사를 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당 내부엔 “지금은 민심에 사죄하는 시점”이라는 분위기가 흐르지만, 오세훈 후보의 거짓말 의혹에 대한 공세를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도 당과 후보 캠프 쪽을 고민스럽게 만든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여기서 멈추면 ‘민주당이 긁어만 봤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 네거티브를 멈출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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