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중랑구를 방문해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국회를 방문해 소통관 앞 야외 커피숍에서 박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차기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4·7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의 모든 화력을 집중해 대회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상당 기간 동안 차기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며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열세에 놓인 박영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이다. 다만 이들의 처지와 속내에는 다소의 온도 차가 감지된다.
이낙연 위원장은 다급한 처지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대표로 재임하면서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후보를 공천해 현재의 선거판을 설계한 책임이 있다.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거전을 진두지휘하고 있기도 하다. 4·7 보궐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참패로 기록된다면, 이 위원장의 앞선 7개월 당 대표 재임 기간에 대한 평가 역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더욱이 국무총리에서 당 대표까지 줄곧 선두 자리를 지키며 ‘대세론’의 자리를 지켰으나, 새해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거론한 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퇴임 뒤 양강 구도에서도 밀려난 이 위원장으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이에 이 위원장은 4·7 보궐선거에 ‘다 걸기’를 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당 대표 출마 선언 뒤 처음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는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 저의 사죄와 다짐으로 국민 여러분의 분노가 풀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저희는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 이후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연일 반성과 혁신을 약속하는 셈이다.
이 위원장은 저인망식 선거운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선대위 회의에서 “지인들께 전화를 걸어 투표에 참여하자고 간절하게 말씀드리는 운동을 해달라”며 조직표 다지기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직접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까지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백병전에 나서달라 독려했다. 이 밖에도 이 위원장은 또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하루에도 수차례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불가근불가원’의 거리를 유지했던 이재명 지사도 최근 들어 부쩍 박영선 후보와의 스킨십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박 후보를 만나 예정에 없이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나란히 국회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지사는 이어 박 후보의 공약인 ‘서울시민 1인당 10만원 재난위로금 지급’에 대해 “정말 반가운 일”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현직 공직자로 선거운동이 금지된 만큼, 측면 지원을 통해 박 후보 편에 함께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또 이 지사와 가까운 서울·경기권 의원들도 박 후보 캠프를 적극 돕고, 매일 유세에 동행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지사가 4·7 보궐선거에 힘을 보태는 이유는 ‘순망치한’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모두 패배하게 될 경우, 여권의 타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낙연 위원장과의 양강 구도가 무너지게 되면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등 민주당의 후보군이 탄력을 받을 공간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 또 여권에서 이재명 지사 한 명만 도드라지는 상황이 되면, 야권의 집중 견제에 노출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더구나 야권의 선거 승리로 윤석열 전 총장에게 힘이 실리는 것도 마뜩잖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 모두 전통적인 두 정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 소구력이 높은 편이어서, 야권이 주도하는 정치 지형이 굳어질 경우 지지율 역전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가 팬덤이 존재하고, 다양한 선거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 선거는 풀뿌리 조직이 있는 당을 중심으로 치를 수밖에 없다”며 “선거에 패배하게 되면 그 이유를 놓고 오만가지 해석론이 나오면서 당이 흔들릴 텐데, 당연히 선거 패배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재명계’ 의원도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보수의 구심점이 생기게 되는 셈인데, 민주당 소속 1위 후보 입장에선 지지 기반이 흔들린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노현웅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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