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에 이어 방송 토론에서 만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을 두고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또 다시 팽팽하게 맞섰다.
두 후보는 30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의 문을 여는 기조연설부터 신경전을 시작했다. 박영선 후보는 기조연설부터 “내곡동 땅 문제는 오 후보의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태도가 문제”라며 “자고 나면 거짓말이 나오는데, 거짓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경쟁력 1위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도쿄에 가면, ‘도쿄를 잊고 서울로 가라’ 이런 평가가 나오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도쿄 아파트 보유를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박 후보는 이어진 주도권 토론에서 “그린벨트 문제에 대해 모른다”고 했던 오 후보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국장 전결이라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몰랐다고 주장했는데, 2008년 1월8일 한 방송과 송파지구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인터뷰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장 전결이라 전혀 몰랐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당시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제안서에 ‘오세훈 시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며 “그린벨트를 푸는 문제는 청와대까지 보고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위례 신도시’ 조성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였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이명박 전임 시장이 대통령이 되고 보금자리주택을 하게 되면서 찬반 논란이 생겼고, 경기 하남과 성남시, 서울 송파구가 걸쳐있는 위례신도시가 추진되면서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하게 됐다”며 “국책사업으로 신도시를 만들면 그린벨트를 해제하게 되는 일이 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오 후보를 ‘엠비 황태자’로 지칭하며 이명박 정부와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오 후보 처가의 땅이 있던 내곡동 일대의 항공 사진을 제시하며 “내곡동 땅 이게 정말 이상하다. 내곡동 부지 인근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땅과 그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땅이 모여있다. ‘엠비 패밀리’와 ‘엠비 황태자’의 땅이 한군데 있어서 보면 볼수록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이 사안의 본질은 상속받은 땅을, 그나마 아내가 8분의 1 지분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당시 시중가격의 85% 수준에 강제 수용됐던 일”이라며 “이 과정에 어떤 압력과 개입도 없었다는 점이 명확하다”고 맞받았다.
두 후보는 서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충돌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과정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해 내곡동 의혹은 ‘프레임 씌우기’라고 해명했다. 그는 “박영선 후보가 계속해서 거짓말로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하는데, 이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나쁜 행태”라며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사업으로 보금자리주택으로 법이 바뀌면서 형식적인 서류만 오갔을 뿐인데, 제가 마치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지정한 것처럼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난 뒤라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박 후보가 “수사를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협박”이라며 “(흥분하는 것을 보니) 마치 거짓말 콤플렉스가 생긴 것 같다”고 답했고, 오 후보는 “거짓말로 만드는 프레임의 도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았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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