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처음 맞붙은 방송 토론에서 난데없는 ‘모기 논란’이 벌어졌다. 박영선 후보의 핵심 공약인 ‘21분 서울’의 랜드마크인 ‘수직 정원’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공격의 물꼬는 오 후보가 텄다. 그는 전날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서 진행된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중국 쓰촨성 청두에 지어진 숲 아파트 ‘치이(71) 삼림화원’의 사례를 들어 수직 정원에 모기가 들끓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중국 아파트가 완판됐었는데, 지금은 입주율이 1%다. 모기가 들끓어 현재는 800가구 가운데 불과 10가구만 살고 있다고 한다. 모기가 들끓을텐데 어떻게 할 계획이냐”며 “서울은 겨울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는 바깥으로 연결된 수도관 동파 등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후보는 기술 발전과 탄소 배출 감소의 필요성으로 맞받았다. 박 후보는 “중국 사례는 잘못 지었기 때문이고 실패한 케이스는 딱 하나 뿐”이라며 “모기가 있을 수 있지만, 모기가 무서워서 숲을 다 베느냐. 오세훈 후보답지 않게 유치한 비유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수도관 동파 우려에 대해서는 “10년간 쉬셔서 스타트업 발전 상황을 모르시는 것 같다. 인공지능을 나무를 키우는데 활용하고, 빗물을 다시 삼투압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라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수직 정원에 소요되는 예산과 입지를 두고도 두 후보는 설전을 벌였다. 오 후보는 “21개 다핵도시에 수직 정원을 하나씩 조성한다고 하는데, 건물 한 채 당 5천억원이 든다고 하더라”며 “산이 많은 서울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건축물”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이런 건축물에 예산을 쓸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가 기후변화”라며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직정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산의 부담에 대해서는 “21개 다핵도시에 하나씩 배치를 하는데 예를 들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버려진 공원에 들어가는 빌딩은 3천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다 3천억원씩 들이겠다는게 아니라 예를 들어 동사무소를 리모델링 하면서 산소를 배출하는 나무를 가까이 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후보처럼 공격을 위한 공격,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서울에는 산이 많다. 140개 봉우리가 있다. 그 정도 규모로 산소 공급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중국 쓰촨성 청두 수직숲 아파트 '치이 삼림화원'의 모습. <글로벌타임스> 갈무리
박 후보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수직 정원은 여권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다. 심지어 모기 논란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후보 토론에서 “비슷한 모델이 중국 쓰촨성에 있는데, 여기에 800가구가 입주했다가 지금 10가구만 남았다. 모기가 들끓는다”며 오세훈 후보와 같은 내용으로 박 후보를 공격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 역시 자신이 도시전문가임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박 후보의 수직 정원 공약을 집중 공략한 바 있다. 그는 “숫자 ‘21’에 집착해 서구의 도시 사례만 들면서 허황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수천억원이 드는 수직정원을 21개 짓겠다면서 소상공인·청년층 지원에 인색한 후보가 어떻게 시민들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고 방송 토론에서 박 후보를 공격했다. 이런 공격에 대해 “박 후보는 “수직 정원은 선진 도시의 트렌드”라고 반박해 왔다.
수직 정원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도심의 대기를 정화하고 열섬 현상을 줄일 수 있어 도시 녹화 사업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21개 다핵도시로 서울을 재구획하는 ‘21분 서울’ 공약의 중심 축으로 수직 정원 설치를 내세우고 있다. 21개 다핵도시마다 수직 정원을 설치해 ‘그린 서울’의 상징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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