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중증 치매환자”라고 표현한 이후 ‘말조심 주의보’를 내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천구 독산동에서 오 후보의 지원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 후보의 해당 발언에 대해 “흥분해서 과격한 발언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첫 선대위 회의에서 말조심을 하라고 당부했다”며 “아마 갑작스럽게 흥분된 상태에서 그런 소릴 한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말 한마디 잘못으로 얼마나 많은 표를 상실하는지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야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가 ‘막말'이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역 앞에서 가진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증미역에서 유세를 하며 “(문 대통령이) 집값이 아무 문제 없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돼 있다고 1년 전까지 넋두리 같은 소리를 했다”며 “제가 연설할 때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 후보가 지난 2019년 10월 광화문 집회에서 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오 후보가 지난 2019년 10월 태극기 부대에서 연설한 걸 보니까 극우정치인이다. ‘독재자, 중증 치매 환자, 정신 나간 대통령’이라는 입에 담기 어려운 광기 어린 막말 선동을 한다”고 직격했다. 오 후보는 김 원내대표가 발언한 당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갈라치기, 반통합,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 그게 독재자 아닌가”라고 반발한 바 있다. 또 “그런 독재자의 면모를 박영선 후보가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실정과 무능의 대명사 ‘문재인 아바타’”라고 거친 어조로 경쟁자인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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