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후보가 2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내곡동 투기 의혹’에 대한 공세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단일화 컨벤션 효과로 고공행진 중인 오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검증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는 태세다.
‘내곡동 투기 논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오 후보가 맞붙었던 2010년 6·2 지방선거 때도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당시 민주당은 오 후보의 아내와 처가 쪽 친인척이 소유한 토지가 오 시장 재임 기간 중 그린벨트에서 해제돼 50억여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선거가 막을 내린 뒤 흐지부지 마무리됐던 의혹은 10여년 만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도시주택공사(SH)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 8월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에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고, 같은 해 10월 오 후보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약 1300평의 땅이 포함된 이 지역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고 ‘셀프 보상’ 의혹을 제기했다. 오 후보 쪽이 2010~2011년 이 땅에 대한 보상금으로 36억5천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논란을 키운 건 오세훈 후보의 초기 해명이었다. 오세훈 후보 쪽은 “처가가 조상 때부터 갖고 있던 땅으로 1970년에 장인이 돌아가시면서 초등학교 4학년인 부인이 공동상속을 받은 것”이라며 “강제 수용돼 주변 시세(평당 317만원)보다 낮은 평당 270만원으로 보상을 받았는데 이것이 무슨 투기냐”고 반발했다. 내부 정보를 활용해 개발 예정지 인근 땅을 매입한 뒤 차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땅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었다. 또 공동상속 받은 땅이어서 부인의 지분은 8분의 1에 불과하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내곡동 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2000년과 2008년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신분으로 등록한 오 후보의 공직자 재산신고 서류를 공개하면서 해명의 신뢰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재산신고에 내곡동 땅이 등재돼 있어 존재를 몰랐다는 설명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오 후보는 지난 16일 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보통 처가에 어떤 땅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는 분이 많으신가. 당시에 저는 내곡동에 처가의 땅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계적으로 재산 등록을 했을 뿐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과 보상금 등과 연관돼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취지다.
내곡동 토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이 노무현 정부 당시 이뤄졌다는 오세훈 후보의 초기 해명도 논란이 됐다. 당초 오 후보는 내곡동 땅이 2006년 3월 국민임대주택 사업부지로 지정됐고,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으로 이름만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시점(2006년 7월)에는 이미 지구 지정이 완료됐다는 취지다.
그러나 참여정부 당시 내곡동 일대가 택지개발 예정지로 확정됐다는 해명 역시 사실과 다르다.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이 완료된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2009년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공개한 에스에이치 공문 등을 보면, 서초구와 지역 주민·환경부 등의 반대로 사업이 상당 기간 표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 후보는 다시 한번 자신의 해명을 수정했다. 오 후보는 “공문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여서 착오가 있었다”며 내곡동 땅이 국민임대주택지구로 지정된 때가 노무현정부 시절이었다고 밝힌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오 후보는 처가 땅을 위한 특혜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거듭 반박하며 자신은 “당시 이 땅의 존재와 위치를 알지 못했고, 지금도 위치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현재 두 당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쟁점은 보금자리주택과 관련해 오 후보가 보고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에 쏠려있다. 오 후보가 “서울시는 요식적인 행정 절차만 밟았고, 그것도 주택국장 전결 사항이어서 시장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서울시장으로서 외압을 행사한 양심선언이 나오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하자, 또 다시 진실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해명에 반하는 정황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먼저 주택지구의 지정·변경에 지자체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는 보금자리사업법 시행령의 규정을 근거로 오 후보가 몰랐을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2009년 10월16일 당시 서울시의회 회의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의록에는 당시 서울시 주택국장이 오 시장이 “앞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데는 성냥갑 아파트를 배제하고, 환경친화적인 주거단지를 만들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참여정부 때 택지개발사업 추진 시작…그린벨트 ‘셀프 해제’ 단정 쉽잖아
그러나 이런 간접 정황 만으로 오 후보가 당시 지구 지정과 그린벨트 해제에 직접 관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 후보 캠프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내어 “서울 내곡지구 개발제한구역을 국민임대주택 단지로 추진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심의·의결한 문건이 입수됐다”며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3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제2분과위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신원동·염곡동·원지동 일원 74만 제곱킬로미터의 개발제한 구역을 택지개발사업으로 조성하는 ‘개발제한구역내 국민임대주택단지 국책사업인정안’을 심의·의결한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회의) 20일 뒤인 4월10일 예정지구 제안서가 제출돼 주민 재공람 및 관련기관 재협의, 환경부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가 추진됐다”며 “다음해 국민임대주택법(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보금자리주택법(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모법이 바뀜에 따라 변경에 따른 양식에 맞춰 당연히 밟아야 할 행정절차가 이행됐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밝혔다. 즉, 참여정부 때 임대주택지구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사업지구로 정해졌고,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임대주택이 보금자리주택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중앙정부가 사업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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